[스포츠서울 | 포항=김용일 기자] 울산HD가 K리그1 3연패 도전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에서 웃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4’ 35라운드 포항과 원정 경기에서 전반 터진 고승범의 선제 결승포와 후반 주민규의 쐐기포로 2-0 완승했다.
울산은 19승8무8패(승점 65)를 기록, 2위 강원FC(승점 61)와 승점 격차를 다시 4로 벌리면서 선두를 지켰다. 잔여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다음 라운드에서 양 팀은 격돌한다. 울산이 이기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자력 우승을 확정한다. 승리를 얻지 못해도 남은 3경기에서 승점 6 이상을 따내면 자력으로 우승이 가능하다.
울산은 주중 비셀 고베(일본)전에서 0-2로 패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3연패 늪에 빠진 충격도 털어냈다.
반면 역시 주중 ACLE 부리람(태국) 원정에서 0-1로 진 포항은 리그에서도 5경기 만에 패배를 안았다. 이날 후반 센터백 이규백이 다이렉트 퇴장하며 수적 열세에 몰린 게 컸다. 승점 52(14승10무11패)로 제자리걸음한 포항은 4위 FC서울(승점 53)을 넘어서지 못하며 5위를 지켰다.
울산은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장시영과 루빅손, 이청용이 위치를 바꾸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포항도 준비된 전략을 펼쳤다. 공격의 디딤돌 구실을 하는 울산 왼쪽 풀백 이명재를 제어하고자 주장 완델손을 오른쪽 윙어로 내세웠다. 그가 주로 뛰는 왼쪽 수비수로 이태석을 돌렸다. 정재희는 왼쪽 측면을 도맡았다.
울산의 ‘창’과 포항의 ‘방패’는 팽팽했다. 전반 중반까지 세 차례씩 슛을 주고받았다.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다. 전반 29분 루빅손의 패스를 받은 고승범이 문전에서 노마크 오른발 슛을 때렸다. 그러나 포항 수문장 윤평국이 뛰어난 반사신경을 앞세워 한 손으로 쳐냈다. 2분 뒤엔 포항이 역습을 통해 반격했다. 정재희가 오른쪽에서 공을 받아 빠르게 올라섰다. 가운데로 달려든 윤민호에게 정확하게 크로스했다. 그러나 조현우와 일대일로 맞선 윤민호의 슛이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서 힘없이 굴러갔다.
‘0의 균형’은 전반 32분 마침내 깨졌다. ‘마당쇠’처럼 전방을 누빈 루빅손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동료의 전진 패스를 오른쪽 측면에서 이어받은 그는 이규백의 태클 타이밍을 읽은 뒤 반 템포 늦게 치고 들어가 낮게 깔아 찼다. 고승범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왼발로 밀어 넣었다.
포항은 전반 추가 시간 울산의 코너킥을 저지한 뒤 다시 역습 기회를 잡았다. 정재희의 패스를 받은 어정원이 울산 조현우 골키퍼와 맞섰는데 회심의 슛이 가로막혔다.
포항 박태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강현제, 윤민호를 빼고 조르지, 홍윤상을 투입하며 반격했다. 그러나 킥오프 6분 만에 퇴장 변수가 발생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울산 이청용이 공을 받는 순간 포항 센터백 이규백이 발바닥을 들어올리며 무릎을 가격했다. 주심인 김종혁 심판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포항은 후반 12분 한찬희 대신 수비수 최현웅을 투입하며 수비진을 보완했다. 완델손을 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수적 열세에 놓인 가운데 울산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후반 19분 울산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포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문전에서 보야니치의 패스를 받은 주민규가 상대 수비수의 템포를 빼앗는 반템포 빠른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지난 7월13일 FC서울전 이후 3개월 넘게 침묵을 지키던 주민규는 동해안 더비에서 리그 9호 골이자 부활을 알리는 득점포로 날아올랐다.
울산은 더는 포항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 수적 우위를 끝까지 잘 살려냈다. 고비였던 포항 원정에서 승점 3을 손에 넣으면서 자력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