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아시안컵부터 많은 일이 있었는데 늘 2%, 3% 부족했다. 내년에 선수들과 더 똘똘 뭉쳐 특별한 한 해 만들겠다.”
20일(한국시간) 올해 마지막 A매치인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6차전(1-1 무)을 마친 뒤 중계방송 카메라 앞에 선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은 유독 길었던 1년을 돌아봤다. 그에게 2024년은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단 뒤 가장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작은 악몽이었지만 끝은 유의미했다.
배움은 끝이 없다. ‘둥근 공’을 두고 집단이 경쟁하는 축구도 마찬가지다. 빅리그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긴 슈퍼스타 손흥민 역시 올해 대표팀에서 3차 성장을 거쳤다. 지난 1~2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은 커리어에서 가장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요르단과 4강전에서 뜻밖에 0-2 패배를 당하며 63년 만에 아시아 왕좌 꿈을 다시 접었다. 손흥민에겐 단순히 탈락의 아픔이 아니었다. 요르단전을 앞두고 벌어진 이강인과 갈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상처를 받았다. 후배 이강인의 진심 어린 사과가 따랐지만 장기간 리더 구실을 한 그는 대표팀 조기 은퇴를 고민하는 발언까지 했다.
10대 시절부터 유럽 생활한 손흥민은 선후배간 위계 질서 속에서 대표팀 생활을 해왔다. 그 역시 이질적인 느낌이 들 수 있으나 대표팀 고유 문화를 존중하며 따랐다. 주장 완장을 단 뒤엔 더욱더 책임감을 품었다. 그러나 어느덧 대표팀은 여러 삶의 궤적을 품은 유럽파가 구성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다양한 문화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으로서는 내부 문화 변곡점에 어려운 주장직을 이어간 셈이다.
아픔은 컸지만 리더십은 더 성숙해졌다. 후배에게 더 먼저 다가가고, 그라운드에서는 더욱더 제 가치를 뽐내고자 애썼다. 자율에 기반을 둔 창의성, 희생이 화두인 원 팀 정신을 대표팀에 동시에 심는 데 조력자가 됐다.
지난 여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주력 후배는 물론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헹크) 등 ‘뉴 제너레이션’ 세대와 합을 맞추며 2년 뒤 북중미 본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허벅지 부상으로 3차 예선 3~4차전(요르단·이라크전)에 결장했지만 11월 2연전에 복귀, 쿠웨이트전(3-1 승) 결승골과 팔레스타인전 동점포를 연달아 책임지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팔레스타인전 득점은 특별했다. 이날 A매치 51호 골을 넣은 그는 한국 남자 선수 통산 득점에서 황선홍(50골) 대전 감독을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차범근 전 수원 감독으로 58골이다. 또 올해에만 A매치에서 10골을 기록, 2015년 9골을 넘어 한 해 최다골이자 첫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썼다.
손흥민은 “A매치 51골 등 여러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 행동을 더 생각한다”며 “부족한 것을 채운다면 언젠가 대표팀을 떠나야 할 때 100% 만족하는 자리까지 만들어 놓고 은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 많은 경기를 치르고 대표팀에서 뛸 수 있어 커다란 영광이었다”며 소중한 배움을 간직하고 더 밝은 2025년을 소망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