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승리는 기쁘지만, 지금의 전북 현대를 보면 마냥 웃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K리그의 절대 강자이자 영원한 우승 후보인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10위에 머물며 승강플레이오프(PO)로 향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 인건비를 쓰는 팀이지만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다. 결국 반전 없이 강등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전북은 1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3위 서울 이랜드와 경기에서도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보여줬다.
현장에는 전북이 승강PO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관계자가 많았다. 우승을 놓고 경쟁해야 할 팀이 K리그2 추락을 우려하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외나무 승부를 벌이는 현실이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다. 만약 전북이 강등될 경우 일어날 악영향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전북은 2부 리그 팀을 상대로 압도하지 못한 채 2-1 진땀승을 거뒀다. 서울이랜드 플레이의 세밀함이나 결정력이 조금 더 나았다면 비기거나 패할 수 경기였다. 특히 후반전에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많았다. 전북답지 않은 경기는 승강PO에서도 계속됐다.
목동종합운동장 원정석을 가득 채운 전북 팬은 어김없이 “정신 차려 전북”을 외쳤다. 후반 들어 경기력에서 밀리다가 동점골까지 허용하자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선수들을 채근한 것이다. 여기에 수비하는 데 급급해지자 “닥치고 공격”을 주문, 더 공격적으로 경기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가까스로 한 골 차 승리하면서 전북은 잔류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강등을 피할 수 있다. 1차전 승리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게 사실이다.
다만 여유는 없다. 대구FC만 봐도 1차전에서 충남 아산에 패한 후 2차전에서 승리해 결과를 뒤집었다. 역으로 전북이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전북 김두현 감독도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1차전이 끝났다. 전반전을 마쳤다. 2차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 확실히 쉽지 않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이겼지만 서울이랜드도 상당히 강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도 느낀 게 많을 것이다.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결과는 후반에 나온다.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승골을 넣은 전진우도 “상대가 아무것도 못 하게 눌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분위기를 내줬다. 그런 걸 대비해서 2차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자만해선 안 된다. 2차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안다. 오늘 라커룸에서도 이겼지만 다들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며 차분하게 2차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