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호텔리베라청담=김동영 기자] 스타는 훈련소에 가도 스타다. 썩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러나 같이 훈련한 이들 덕분에 웃었다. 마음가짐도 ‘확’ 달라졌다.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24) 얘기다.

원태인은 10일 호텔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2024 일구회 시상식에서 ‘최고 투수상’을 받았다. ‘최고 타자상’을 받은 김도영(21·KIA)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상 자격은 충분하다. 2024시즌 28경기 159.2이닝,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을 찍었다. 가을에도 강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한 경기 나서 6.2이닝 1실점을 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올렸다. 4차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2.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으나, 이것이 원태인의 2024시즌 전체를 가릴 수는 없었다.

어깨 부상 때문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도 ‘에이스’를 잃었다. 원태인은 어깨 치료를 받으며 대구 모 부대 훈련소에 입소했다.

원태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통증은 없었다. 훈련소에서 어깨를 써야 하는 상황이 있으면 조금 불편했다. 훈련소에서는 포복 빼고 다 했다. 수류탄도 던졌다. 던질 때 안 아프더라”며 웃었다.

이어 “요즘은 모의 수류탄으로 한다. 실제 수류탄보다 가볍기는 했지만, 야구공보다 무거웠다. 던졌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 사격도 지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원태인은 사격에서 20발 중 18발 적중했다. ‘특급’이다.

삼성을 대표하는 스타다. 대구 출신 로컬보이이기도 하다. 마침 훈련소도 대구에 있는 부대에 들어갔다. 인기가 없을 수 없다.

원태인은 “중대원이 120명인데, 110명은 날 알아본 것 같다. 사인도 다 해줬다. 식당 가려고 생활관 지나가면, 우리 소대가 지나가는 시간을 다 알고 있다. 기다리다가 ‘밥 맛있게 드세요’ 하시더라. 침울한 나를 재미있게 만들어줬다”며 웃음을 보였다.

또한 “3주이기는 해도 훈련소는 또 훈련소 아닌가. 대표팀 갔어야 했는데, 훈련소에서 훈련 받고 있으니 좀 침울했다. 그래도 중대원들이 인사해주고, 잘해줬다. 생활관에서 마피아 게임도 하고 진짜 재미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좋은 추억이다”고 강조했다.

1년6개월 복무하는 장병들과 비교는 불가하다. 3주 훈련. 그래도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마냥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겪어 보니 군인들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단다.

원태인은 “군인들 존경하게 됐다. 진짜 감사하다. 형식상 인사가 아니다. 간부님들, 현역 군인들도 있었다. 나야 3주 마치면 나가지만, 그분들은 1년6개월 안에서 있어야 하지 않나”고 짚었다.

이어 “힘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밖에서 군인 볼 때는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갔다 온 후에는 군인들 보면 ‘고생하십니다’ 하며 인사하고 있다. 마음가짐이 바뀐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