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MBC 예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현재 관찰 예능이 주가된 방송가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토크쇼다.
‘라스’의 시작은 소소했다. ‘황금어장(2007)’의 자투리 코너로 시작하며 5분 방송으로 마무리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등 초기 MC들의 독설 가득한 입담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며 점차 입소문을 탔다.
2011년에는 단독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며 ‘독설’이라는 특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출연자들 역시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연출해 재미를 만들며 화제성을 유지하며 MBC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고 900회를 맞이했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라디오스타’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구라는 “93년도에 개그맨이 됐다. 32년이 됐는데 ‘라디오스타’와 18년째 함께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고등학교 시절 대단한 선배님들이 활동할 때 막연하게 ‘일밤’이 1000회가 넘어가는 걸 본 적이 있다. 900회를 넘어 1000회가 될 것 같은데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세윤은 “형들처럼 1회부터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승차해서 하차했다가 다시 승차했다. 개인주의이기도 한데 내 이미지에 장수 프로그램 MC라는 게 이미지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도연은 “900회를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한 게 민망한 느낌도 드는데 2007년 데뷔를 했다. 괜히 운명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며 인연을 맞추고 있다. 영광스러운 자리인 1000회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라스’의 장수 비결은 유연함에 있다. 시대에 따라 트렌드를 반영하며 변화하는 주제와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한다. SNS와 유튜브 클립 등을 적극 활용해 젊은 층에게 접근했고, 다양한 게스트들의 조합은 세대 간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라스’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운동선수, 셰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폭을 넓혔다.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은 프로그램의 매력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김명엽 PD는 “지상파 예능이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기사들이 화제성 순위에 반영되더라. 항상 상위권에 저희가 오르는 것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화제성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열심히 화제성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튜브 토크쇼가 흔히 말하는 슈퍼스타 연예인들을 불러 술을 마시거나 일대일로 토크하는 형태다. 저희와 비교될 수도 있고, 저희가 덜 재미있어 보일 수도 있다. 저희는 진짜 토크쇼”라고 했다.
끝으로 “쇼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가끔은 진솔하게 할 때도 있고, 유쾌하게 하기도 하다. 종합과자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한다. 누가 보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지상파 예능만이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길을 걸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