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질롱=김민규 기자] “KT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 듣고 싶다.”

기합 소리가 우렁차다.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스프링캠프의 흥을 돋운다. 어느 신인의 열정인가 했다. 아니다. 예상을 깼다. 프리에이전트(FA) ‘이적생’ 베테랑 허경민(35)이 주인공. 허경민은 “KT 신인이 맞다”며 미소를 지었다.

허경민은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신인’급 열정을 펼치고 있다. 이강철 감독과 코치진은 베테랑의 열의 가득한 모습이 흐뭇하기만 하다. 캠프 활력소 그 자체다.

캠프에서 만난 허경민은 “처음 왔으니 KT 신인이 맞다”면서 “원래 파이팅이 넘치는데 늘 하던대로 훈련하고 있다. 내가 돋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해야 훈련이 편하기 때문에 똑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허경민을 4년 총액 40억원에 영입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한화로 FA 이적한 후 빠르게 플랜B를 가동, 내야 공백을 메웠다.

역할은 명확하다. 안정적인 3루 수비다. 그는 “내가 수비 훈련을 할 때마다 코치님들과 선수들이 다 칭찬해준다. 아무래도 빨리 적응하라고 해주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며 “시즌 때 큰 도움이 되도록 준비를 잘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KT에서 (나를)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 하나만 듣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허경민의 등번호는 두산 때 그대로 ‘13번’이다. 원래 KT 13번을 달았던 문용익이 번호를 바꾸면서 허경민이 13번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훈훈한 스토리도 있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후배 전민재(26)가 롯데로 트레이드 된 후 등번호 13번을 달게 된 것. 이유는 단 하나다. 허경민을 존경하고 좋아하기 때문. 끝이 아니다. 두산의 13번은 후배 이유찬(27)이 물려 받았다.

이에 대해 허경민은 “등번호에 대해 기사로 봤다. 그렇지 않아도 13번을 달았다는 내용을 보고 (전)민재랑 연락을 했다”며 “다같이 13번이라는 얘기를 나눴다. 올시즌 우리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13번들 대박 나자”며 활짝 웃었다.

사실 FA 이적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했다. 두산에 남겠다던 팬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 관련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허경민은 “나는 누구보다 두산을 사랑했고, 당연히 남을 줄 알았다. 시즌 후 나와 구단의 생각이 달랐다. 무엇보다 팬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후 “다만, 그때 단상 위에서 했던 말은 충동적인 게 아니다. 제가 팀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나온 진심이다.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힘들 때 큰 힘이 돼준 선배가 있다. 바로 정근우다. 정근우가 보내준 메시지를 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허경민은 “며칠 전에 정근우 선배님이 ‘네가 얼마나 좋은 선수고, 좋은 사람인지 꼭 KT에서 보여줬으면 한다’고 문자를 보냈다”면서 “캠프에 오면서 내가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것이 선배님이 해준 말이었다. 마음을 되새기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