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디펜딩 챔피언’ KIA를 비롯해 KBO리그 각 팀이 속속 해외로 떠난다.
모든 팀이 “부상자 없이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강도높은 훈련으로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입을 모은다.
‘부상없는 전지훈련’을 첫 번째 키워드로 꼽은 건, 스프링캠프는 말그대로 시즌 준비과정이기 때문이다.
일부 어린 선수나 1, 2군 경계선에 있는 선수는 이른바 오버워크로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있다. 캠프를 완주하더라도 시범경기 등에서 체력이 바닥나 고대하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강한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이므로 오버워크를 경계하고, 각자 루틴에 맞춰 컨디셔닝하는 시기가 스프링캠프다. 따뜻한 곳에서 해야 운동능력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으니 미국 애리조나, 일본 오키나와, 호주 등으로 떠난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버워크를 경계해야 하지만,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은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각 팀 사령탑을 포함한 코치진은 베테랑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더 세심하게 관찰한다. 훈련과 실전 간 기량차가 큰 선수가 적지 않으니, 심리적 요인인지 기술문제인지를 들여다본다.
코치진의 시선은 선수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므로 ‘쉬어야 할 때’를 놓치는 어린 선수가 더러 나온다. 큰 의미에서는 악순환이다.
또 한가지 포인트는 선수들의 ‘표정’이다. 이번 캠프 때도 “팀 베테랑인 아무개가 1군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누가봐도 주축이거나, 즉시전력감인 선수가 부상 이슈가 없는데도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는 “감독에게 찍힌 것 아니냐”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반대로 큰 기대를 받고 캠프에 동행한 선수 중에도 실전위주의 2차 캠프나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못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부상이슈가 없는데도 외면받는 선수에게도 “감독에게 찍힌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지방구단 A 감독은 “선수들의 표정도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구단 B감독 역시 “아무개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표정이 한결같다. 장점일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감독 이하 코치진이 중요하게 여기는 ‘좋은 표정’은 여러 의미를 포함한다. 가장 선호하는 건 ‘독기’다. SSG 최정이나 롯데 황성빈 등의 얼굴에는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독기가 서려있다. 경기에서 패하거나, 실수했을 때 풀죽은 표정 대신 ‘두 번 실수는 없다’는 의지를 표정에 드러낸다.
수도권 구단의 한 작전코치는 “최정은 수비할 때 오직 수비만 생각한다. 다른 구단의 몇몇 3루수는 타석에서 한 실수를 되짚는 제스처를 취하곤 하는데, 최정은 스로잉이나 스텝, 글러브 핸들링 등을 시뮬레이션한다.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양팀 더그아웃에 있는 코치들은 이런 모습 하나하나를 눈에 담아둔다”고 귀띔했다.
선수들도 ‘배우’가 돼야 한다. 억울한 표정도 짓고, 자신감 넘치는 리액션도 해야 한다. ‘같은 값’이면 절실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려는 건 인지상정. 특히 젊은 선수에게 스프링캠프는 그래서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