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가 또 K팝을 외면했다.

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제 67회 그래미 어워드’가 열렸다.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의 대중음악 시상식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함께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올해엔 해당 시상식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K팝 그룹이 단 한 팀도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발표한 그래미 어워드 부문별 최종 후보 명단에서 K팝 가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철옹성으로 불리는 ‘그래미 어워드’의 문을 두드린 건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이 2020부터 3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 ‘그래미 어워드’ 수상 후보로 지명된 바 있고 K팝 최초로 퍼포머로 참석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베스트 뮤직비디오’, ‘앨범 오브더 이어’까지 총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했으나 트로피는 한 번도 품지 못했다.

멤버들의 순차적인 군 복무로 그룹활동 공백기가 생긴 가운데,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이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호성적을 내고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 후배 가수들도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고무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여전히 그래미의 벽은 높았다.

미국 내에서도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드’는 비백인, 여성, 아시안, 젊은 심사위원을 늘리면서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실제 시상식에서도 비백인과 여성 아티스트의 수상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K팝 아티스트가 2년 연속 그래미의 외면을 당했다는 점은 여러 숙제를 남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뼈아프지만 아직 K팝이 영미권 평단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팬덤 경쟁력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의 질적인 성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비욘세는 앨범 ‘카우보이 카터’로 이 시상식의 최고상으로 여겨지는 ‘올해의 앨범’ 수상자로 호명됐다. 비욘세가 가수로 데뷔한 이래 그래미 ‘올해의 앨범’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욘세는 이날 최우수 컨트리앨범상, 컨트리듀오·그룹 퍼포먼스상도 받았다. 래퍼 켄드릭 라마는 ‘낫 라이크 어스’로 ‘올해의 레코드’에 이어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