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시드니=김민규 기자] “죄송합니다. 이 얘기만은 꼭 써주세요.”

호주 시드니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부주장’ 강승호(31)를 만났다. 캠프 분위기, 성과, 목표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강승호는 무엇보다도 이 얘기를 꼭 써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대체 무슨 얘기길래, 이토록 간곡했을까.

조심스럽게 입을 연 강승호는 “지난시즌 내가 체력 이슈가 있었는데, 그것이 감독님 잘못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일각에서 ‘감독이 강승호를 안 빼줬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팬들이) 오해를 풀었으면 하는 바람에 얘기한다”고 운을 뗐다.

체력 얘기다. 지난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쳤다. 후반으로 갈수록 주춤했다. 체력 관리 이슈로 번졌다. 일각에서 ‘두산 이승엽 감독이 안배를 안 해준다’는 일방적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커졌다. 보다 못한 강승호가 직접 나서서 정확한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감독님께서는 점수 차가 많이 나거나 여유가 있는 상황일 때 내게 ‘괜찮으냐, 빠져서 좀 쉴래’라고 물어봐 주셨다”며 “그런데 경기, 이닝 수 욕심에 내가 싫다고 계속 다 나가겠다고 고집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님이 나를 배려 안 해주신 게 아니라 내 욕심에 스스로 체력 관리도 못하고 후반에 꺾인 것이라 생각한다. 다 내 잘못이다. 더 이상 감독님께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얘기를 마친 그의 얼굴에 후련함이 묻어났다. “(기사)제목으로 올리셔도 된다. 제일 크게 써달라”며 재차 말했다.

새 시즌 준비는 잘 돼가고 있을까. 더욱이 강승호는 올해 수비 포지션을 2루에서 3루로 변경했다. 그는 “처음에는 걱정과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만들어가고 있다”며 “걱정했던 것보다는 (수비 훈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사령탑도 “(강)승호는 잘할 것”이라고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이 감독은 “긍정적이다. (허)경민이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3루, 그리고 매 경기 나갈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승호가 몸도 강하고 멘탈도 강해서 나는 2루보다 3루가 더 맞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을 2루에 쓸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강승호는 “감독님이 볼 때마다 가볍게 ‘넌 충분히 할 수 있다’, ‘더 잘할 수 있다’며 툭툭 던지신다. 그러면 자신감도 생기고 정말 뭔가 할 수 있겠다는 도전 정신도 생긴다”면서 “이런 짧은 메시지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개인적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오롯이 ‘팀’만 생각한다.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에 닿을 자신도 있다.

강승호는 “개인적 목표는 없다. 지난해 선발진에 조금 부침이 있었는데 올해는 새 외국인 투수들도 그렇고, 타자 케이브도 워낙 좋다. 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훨씬 더 높은 순위에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