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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디즈니+ 드라마 ‘트리거’는 직장생활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국 PD 한도(정성일 분)은 인사로 인해 생각하지도 않은 탐사보도팀 ‘트리거’로 가게 된다. 이곳의 터줏대감 오소룡(김혜수 분)과 처음엔 충돌을 빚지만, 서로가 가진 진심을 읽으며 함께 성장한다.
정성일은 이번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김혜수에 대해 극찬했다. 정성일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정말 큰 사람이다.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며 “배우들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혜수) 누나랑 만나서 첫 신을 연기하는데, 눈이 크니까 거울처럼 비춰 제가 보이더라고요. 제가 이 사람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현장의 톤과 모니터의 톤 차이가 있거든요. 모니터를 뚫고 전달되는 느낌이 많았어요. 현장 경험이 풍부하구나, 경험치는 절대 무시 못 하는구나. 따라갈 수 없는 게 크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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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무척 현실적이다. 탐사보도 PD의 직업적 소명과 직장인의 삶이 충돌하는 지점은 충분히 공감대를 자아낼 만하다.
한도 역시 이런 딜레마에 갖힌다. 진실을 파헤치는 ‘트리거’ PD로서 매력은 넘치지만, 트라우마가 생길 만큼 극한 직업적 환경은 “남의 아픔 파는 짓 못 하겠다”고 할 만한 한탄이 나오게 만든다.
그렇지만 한도는 끝내 답을 찾아낸다. 정성일은 “남의 아픔을 파는 걸 못 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을 바꾼 건 방송으로 인해 다음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는 보상 심리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한도가 달라지는 지점을 보여주는 게 내 역할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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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 속 진실을 좇는 믿음직한 매체가 있어야 한다는 걸 말한다.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는 세상이 돼가고 있어요. 어떤 게 맞는지 찾아서 봐야 할 정도예요. 예전에는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는데, 너무 많은 가짜뉴스가 나오니까 사회에 혼동이 온 거 같아요. 그래서 ‘트리거’가 판타지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요.”
정성일은 ‘더 글로리’(2022) ‘전,란’(2024)에 이어 ‘트리거’까지 입체적인 배역으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정성일은 “평생 ‘더 글로리’ 속 하도영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하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했다”며 “더 많이 알아봐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연기는 잘했다고 늘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