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겉보기와 달리 배우들은 힘든 순간이 많아요. ‘멜로무비’를 만나기 전이 딱 그랬어요. 과정이 행복한 작품을 찍고 싶었고, 그게 이 드라마였어요.”

언제나 밝은 미소로 대중을 대하는 배우 최우식에게도 외로움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었나보다.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웠던 순간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카메라 앞에서 활동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테니까. 유명세가 짙을 수록 왕관은 무거운 법이기도 하고.

글로벌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 최우식이 왕관의 무게를 버티고 있을 때 만난 작품이 넷플릭스 ‘멜로무비’다. ‘그 해 우리는’으로 손발을 맞춰본 이나은 작가의 신작이다. 누구보다 최우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작가로 평가된다. 최우식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단번에 위로를 받았다. 한 번 작업했던 작가의 작품을 한다는 것에 고민과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최우식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변의 위로나 토닥임이 필요한 직업인 것 같다.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다. 저는 혼자 끙끙 앓는 타입이다. 어두워지면 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그러던 중에 ‘멜로무비’를 만났다. 덕분에 힘을 얻었다.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라, 리뷰도 안 읽고 있다. 혹시나 상처받을까봐”라고 웃으며 말했다.

‘멜로무비’는 잔잔한 청춘 멜로다. 흔한 빌런 한 명 없이 일상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괴로워하다, 자신이 가진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이 담겼다. 터를 잡지도 내면이 성숙하지도 않은 애매한 청춘들이 아픔을 공유하며 상처를 이겨내는 데 중점이 있다. 최우식은 영화를 좋아하다 영화 평론가가 된 고겸을 연기한다. 조연출 시절 만났다가 오랫동안 인연이 끊겼던, 그 사이 영화감독이 된 김무비(박보영 분)와 애정을 키운다.

“인물들이 하나같이 어설프잖아요. 좋은 점도 있으면 답답한 점도 있고요. 답을 모르는 청춘들이 결핍을 함께 공유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 확 와닿았던 것 같아요.”

현장은 예상대로 즐거웠다. 최우식의 매력을 아는 오충환 감독은 그를 자유분방하게 풀어놨다. 어떤 순간이든 행복하고 밝았던 20대 초반의 고겸이 그려졌다. 명랑한 에너지가 초반부를 이끌었다면, 형(김재욱 분)이 다치고 난 뒤 점차 차분하게 때론 어둡게 변하는 고겸 덕에 드라마는 큰 곡선을 이루며 변주한다.

“초반부에는 유독 더 밝게 그렸어요. 후반부 어두워지잖아요. 그 때 낙폭이 분명했으면 했어서, 초반부 텐션을 확 끌어올렸죠. 감독님께서 저를 놀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신나게 연기했죠. 배우들도 하나 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들과 연기해서 그런지, 그 과정이 그저 추억으로만 남아 있어요.”

드라마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품고 있지만, 더 멀리서 보면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액션도 욕설도 복수도 없다. 싱숭생숭한데 웃고 우는 장면이 반복된다.

“유니크하지 않나요? 워낙 좋아했고 고마운 작품이라서, 아직 비판 받는 게 두려워요. 요즘 드라마 같지 않지만, 연애 세포가 필요한 누군가에겐 좋은 드라마이지 않을까 싶어요. 꼭 봐주세요. 좋은 드라마잖아요.”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