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춘천=정다워 기자] 강원FC의 특급 신인 이지호(23)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본다.
이지호는 올시즌 강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다. 2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3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14분 이지호의 교체 투입이 전광판을 통해 소개되자 경기장에서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불과 3경기 만에 이지호는 강원의 스타가 된 모습이었다.
이유는 있다. 이지호는 대구FC와의 개막전에서 강원의 시즌 첫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고, 지난 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 2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잘생긴 외모에 기대 이상의 실력까지 선보인 이지호는 시즌 초반 강원을 대표하는 선수로 급부상했다.
이지호는 제주와의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않던 강원의 오른쪽은 이지호 투입 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에는 이지호의 득점과 다름없는 크로스를 코바체비치가 넣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지호는 후반 한 차례 강력한 헤더로 득점을 노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이지호의 활발한 공격 시도가 후반전 최대 볼거리였다.
경기 후 이지호는 “무득점이라 아쉽다. 몇 분을 뛰든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수로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점은 너무 아쉽다”라며 무득점 무승부라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지호는 22세 이하 카드가 아니지만 정경호 감독의 신뢰 속 공격수 한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지호는 “감독님께서는 일부러 부담이 될까 봐 많은 이야기는 안 하시는 것 같다”라면서 “그래도 저처럼 윙어 출신이라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해 주신다. 전술적인 지시를 디테일하게 받고 있다. 감독님이 시키는 부분을 해내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호는 후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코바체비치를 위로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공격수는 누구나 골을 넣고 싶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라며 “코바체비치와도 이야기를 더 나누고 서로 잘 돕고 싶다. 비긴 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철저하게, 간절하게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디딤발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흔치 않은 대학 졸업생 신인. 편견을 깨고 이지호는 프로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이지호는 “늘 꿈꿔왔던 자리다. 생활은 늘 똑같다. 감독님이나 형들이나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길게 하고 싶다”라면서 “지난 경기 후 관심을 받았지만 하루 이틀만 즐겼다. 강원 팬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안다.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더 잘하겠다. 자신감은 늘 있다”라고 밝혔다.
이지호는 강원이 배출한 양현준(셀틱), 양민혁(퀸즈파크레인저스) 등의 계보를 잇는 신인이지만 그는 ‘마이 웨이’를 간다. 이지호는 “팬 분들은 내가 양현준, 양민혁처럼 크게 되기를 원하신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나와 그 친구들의 인생이 같지 않다. 나는 나만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고 생각 중이다. 다음 경기부터 더 기대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당장의 과제”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