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이게 없어지면 저는 연기를 안 할 거예요.”
장률은 단호했다. 일종의 조건부 은퇴 선언이었다. 물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연기에 대한 지독한 사랑 맹세에 가깝기 때문이다. 계원예고 시절 연극 ‘우리 읍내’로 시작해 ‘마이네임’(2021) ‘몸값’(202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로 탄탄하게 쌓은 필모그래피는 그를 첫 사극 ‘춘화연애담’ 주연으로 이끌었다.
장률은 오는 6일 종영을 앞둔 ‘춘화연애담’ 인터뷰에서 “대학로 소극장에서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은 시절도 행복했다. 단역부터 시작해 버텨온 시간이 이제 응답받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순간이 너무 꿈만같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 나가고 있다”며 벅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춘화연애담’에서 화리공주(고아라 분)의 연인 박환으로 나왔다. 조선 제일가는 바람둥이가 성리학의 엄격한 질서 아래 갇혀야 하는 부마(駙馬·왕의 사위)로 변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섬세한 감정 변화도 중요했지만, 장률 특유의 표정이 이번 작품에서 여실히 살아났다. 고아라는 “미소 하나로 장면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장률의 관찰력 덕분이었다. 촬영장에서 고아라를 끊임없이 살폈다. 상대 배우가 가진 특성과 기질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기를 디자인하기 위해서였다.
“고아라 배우가 촛불 같다고 생각했어요. 촛불은 주변을 밝혀주지만, 많이 흔들리잖아요. 밝은 에너지가 현장에서 주는 힘이 컸어요. 반면 그 내면에 흔들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우리는 다 숨기고 살잖아요. 배우 내면에 화리공주가 가진 슬픔을 생각하고 임했어요.”

대사 역시 귀에 쏙쏙 박혔다. 장률이 가진 특유의 나긋나긋한 톤과 어우러져 여심을 뒤흔들었다.
“여인이 아니라 사람에게 반했기 때문입니다.”
울림 있는 이 대사는 ‘춘화연애담’을 통틀어 장률을 한층 더 입체감 있는 배우로 각인시켰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금 퓨전 로맨스 사극이기에 준비 시간은 일반 드라마에 곱절 이상 들었다. 장률은 “사극은 일상의 에너지와 모든 게 다르기 때문에 특히 대사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리듬감, 개성, 말투, 어미 처리에 특히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장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으로 우뚝섰다.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JTBC ‘러브 미’ 주연도 낙점 받았다. 극 중에서 음악감독 도현으로 분해 산부인과 전문의 준경 역을 맡은 서현진과 로맨스를 그려갈 예정이다. 2019년 방영된 스웨덴 드라마 동명 원작으로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장르는 휴먼 로맨스예요. 대본이 너무 좋아요. 함께 하는 배우 선배, 감독님 다 너무 잘하는 분들이셔서 기대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