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온 세상은 하나의 무대고, 모든 사람은 단지 연극을 할 뿐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의 한 구절이 영상에 쓰였다. 곧 무용수의 퍼포먼스로 콘서트가 시작됐다. 거울 앞에서 춤을 추던 무용수가 자리를 벗어나자 선글라스를 낀 제니가 무대에 올랐다. 제니의 첫 콘서트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는 순간이다.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15일 오후 6시 인천 운서구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가득 채운 1만여명의 팬들은 제니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함성이 시시때때로 터져나왔다. 연예인의 연예인인만큼 수많은 동료들도 함께 했다. 블랙핑크 로제와 빅뱅 대성, 지코, 피오, 뉴진스, 위너 이승훈, 배우 김지원, 이동휘 등이 현장을 찾았다.

제니의 얼굴은 다양했다. 설렘 가득한 사랑에 빠진 제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걸크러쉬, 대중과 자신이 보는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스타, 제니가 생각하는 진짜 제니 등 음악으로 무대로 다양한 제니를 꺼내들었다. 매우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과 화려한 무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짧은 인사도 없었다. 바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타트 어 워(start a war)’다. 대형 거울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우아하게 자유롭게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어 ‘핸들바스(Handlebars)’와 ‘만트라(Mantra)로 1막을 완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해졌다. 특히 ‘젠(ZEN)’에선 회자가 됐던 파격적인 의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은 제니의 마음을 온 몸으로 표출했다. 홀로 무대를 장악했다. ‘댐 라이트(Damn Right)’로 빨간 조명 아래서 끈적한 알앤비(R&B)를 ‘서울시티(Seoul City)’로는 댄서들과 앙상블을 이뤘다.

히트곡 ‘라이크 제니(like JENNIE)’와 ‘위드 더 아이이(witn the IE)로 화려한 래핑을, ’엑스트라엘(ExrarL)‘로는 댄스 브레이크로 시선을 끌었다. 팬들의 함성은 커졌다. 무려 50여분을 무대로만 채우는 강수를 뒀는데, 적중했다. 별다른 표현 없이도 제니라는 아티스트의 재능을 만끽할 수 있었다.

11곡을 마친 뒤 제니는 숨을 헐떡이며 입을 뗐다. 제니는 “저의 첫 단독 콘서트에 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막상 여기 올라오니까, 되게 부끄럽네요. 아직도 꿈만 같고,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이 자리에서 실제로 여러분들이랑 얼굴 보고 인사 하고 얘기 하니까, 좀 (감동이) 오네요 이게”라고 말했다.

감사함을 표현한 제니는 자신을 위해 소리를 질러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객석에서는 파도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팬들이 진심으로 화답했다. 그 묵직한 소리에 제니는 감격스러운 듯 고개를 올리고 눈물을 참으려는 듯 했다. 결국 울먹였다.

제니는 “정말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라며 “사실 이렇게 많은 분들한테 제가 앨범을 내고 나서, 너무 큰 사랑을 받고 무한한 사랑만 받았어요.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오늘 이렇게 내 눈으로 보니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라고 기뻐했다.

다시 무대로 향했다. 무릎을 꿇고 ‘필터(Filter)’를 열창했다. 앙코르 곡을 부를 땐 그랜드 피아노에 앉았다. ‘스타라이트(Starlight)’를 불렀다. 드라마틱했다. 마지막 곡은 ‘트윈(Twin)이었다. 가녀린 숨소리로 끝을 맺었다.

공연 말미 다음을 기약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언제나 좋은 음악과, 좋은 사람 제니가 될 테니 지켜봐 달라. 앞으로 자주 봐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