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드러운 무쇠였다. 애순(아이유 분)에겐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선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줬다.
박보검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팬이었던 임상춘 작가와 섬세한 연출을 하는 김원석 감독,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며 “내 필모그래프에 이런 작품이 남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작품은 박보검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관식이는 멋진 사람이에요. 믿음직스럽고 성실한 인물이죠. 배우 인생에서 이 작품이 저에게 주는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제 유채꽃만 봐도 무조건 생각날 것 같아요. 대본을 읽을 때 인물이 살아온 서사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셋째 아들 동명을 잃었을 때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을 그리고 연기를 입혔다. 울부짖는 연기에서 빛을 발했다. 단순히 슬픔을 표현한 게 아니었다. 차가운 주검이 된 아이를 보듬지 않았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때마침 날씨도 어두웠어요. 비도 조금씩 왔고요.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었죠. 어린 아빠가 되었는데 나와 애순이를 닮은 귀하고 소중한 생명체가 나를 기다리는 곳에서 떠났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감정을 표현했어요. 다들 관식이가 애순이에게 다가가 안아줄 줄 알았대요. 저는 아무것도 못 할 거 같았어요. 애 얼굴도 차마 보지 못하고 해녀 이모들을 바라봤죠.”
넋 나간 표정에 도동리 마을 주민들의 위로가 덧대졌다. 박보검은 “부모가 자식을 잃은 감정은 연기하면서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다”며 “모두가 관식과 애순을 위해주는 분위기가 느껴져 마음 뭉클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관식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신경을 썼다. 피부는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그을리게, 목소리는 과묵한 성격을 감안해 중저음 톤으로 잡았다. 박보검은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갈 때 여물어져 가는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며 “청년 시절 관식의 듬직한 성정이 시각적으로 잘 보였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애순 역을 맡은 아이유를 향해 감사의 인사도 보탰다.
“알록달록하면서도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힘들었을 거예요. 거기다 금명이 연기도 준비해야 했고요. 가수로서 콘서트까지 준비했던 시기였어요. 마음의 체력이 튼튼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로, 배우로 본인의 길을 씩씩하게 걷는 동갑내기 친구를 응원해 주고 싶어요. 함께 해서 즐거웠고, 오래 인연을 잘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사계절을 표현했다. 오는 28일 4막 겨울 방영을 앞두고 있다. 박보검의 연기 계절은 어디쯤 와있을까. 그는 “군 전역을 하고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시점도 봄에 방영이 됐고, 저에게는 이 작품이 봄이라 생각한다”며 “‘폭싹’으로 꽃을 심고 싹을 틔워서 꽈랑꽈랑 여름으로 가는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