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환기’ 역…여전히 미래 꿈꾸는 ‘예술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는 무대에서 다른 이의 삶을 대변한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때론 가장 외로운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역시 예술가로서 관객들을 만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사랑의 전도사다.
배우 박영수는 1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진행된 ‘라흐 헤스트’ 프레스콜에서 ‘환기’를 통해 그가 품은 예술인의 혼을 소개했다.
‘라흐 헤스트’는 사랑으로 예술을 완성한 김향안의 삶을 그린다. 그가 남긴 ‘사랑은 가고 예술은 남다(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라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제목처럼 ‘향안’이 예술로 승화시킨 사랑과 이별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작품에서 박영수는 추상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인생을 재연한다.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화가가 ‘향안’을 만나 점점 사랑의 깊이를 예술혼으로 담아내는 여정을 노래한다.

박영수는 2022년 초연을 시작으로 3시즌 연속 ‘환기’를 연기하고 있다. 어쩌면 익숙한 인물이지만, ‘환기’가 느낀 감정선에 대한 해석은 현재진행 중이다.
박영수는 “‘환기’를 연기함에 있어 어떤 부분들이 김환기 선생님을 나타낼까 생각했다. 선생님의 전면점화를 보든, 실제로 파리에서 그렸던 그림을 보든, 변화의 폭이 뉴욕에 갔을 때 어마어마한 현대미술로 변화한다. 점묘화가 아닌, 하루하루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으로 어떻게 변했을까 고만했다”고 그만의 완성형 ‘환기’의 탄생 비화를 설명했다.
김환기 화백은 생전 하루 16시간씩 점을 찍고 또 찍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 ‘향안’을 향한 사랑도 느낄 수 있지만, 예술가로서 쏟은 노력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김환기 화백에게는 캔버스가 있었다면, 박영수에게는 무대가 있다. 두 인물의 예술 분야는 다르지만, 박영수가 배우로서 예술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박영수는 “피난을 가면서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 글귀를 보면서 나 역시 대단한 배우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무대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표현해야 할 노래를 생각하며 무대를 채워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데뷔 23년차인 배우이지만, 그의 연기 열정과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그는 “(무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쌓이면 먼 미래에 커다란 작품 또는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루하루 소중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깊저진 감성으로 예술적 열망과 내면의 면모를 한 층 더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라흐 헤스트’는 6월15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