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3개월 전,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한 직캠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유튜브 영상 속, 명재현이 임재범의 ‘고해’를 부르고 있었다. 흔한 커버 무대와 달랐다. 손끝에서 시작된 감정은 눈빛과 호흡을 타고 번졌다. 기교가 아니라 집중력으로 끌어당기는 무대였다.

리우의 ‘DARLING’ 직캠, 명재현의 ‘Smart’ 커버 무대까지 연이어 찾아봤다. 이들은 주어진 안무를 수행하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원곡을 지우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입히는 해석자였다. 또 감정을 밀도 있게 밀어붙이는 퍼포머였다.

지난 12일 진행된 미니 4집 ‘No Genre’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만난 보이넥스트도어에서 무대에서 봤던 그 진심이, 말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에너지가 넘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을 보탰고, 감정의 결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였다.

태산은 “이번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담았다. 이전처럼 테마에 맞춰 곡을 만든 게 아니라, 듣는 이의 감정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I Feel Good’은 묵직한 기타 리프와 펑키한 리듬, 자유로운 멜로디가 어우러진다. 지코와 팝타임이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명재현·태산·운학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퍼포먼스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군무의 밀도를 높이는 대신, 멤버 각자의 개성은 그대로 유지했다.

운학은 “비트를 듣자마자 다들 눈빛이 바뀌었다. 무대에서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곡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명재현은 “과하게 꾸민 감정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음악이 오래 남는다”며 프리코러스에 동요 같은 익숙한 멜로디를 숨겨 넣었다고 덧붙였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처음부터 ‘완성된 팀’은 아니었다. 2023년 5월 데뷔 당시엔 주목받는 수많은 신인 중 하나였다. 데뷔 초 성적이 특별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앨범마다 존재감이 더 선명해졌다.

곡마다 팀의 색이 짙어졌다. 가사에는 확신이 생겼다. 퍼포먼스에는 밀도가 붙었다. 그 결과가 ‘19.99’였다. 데뷔 1년 4개월 만에 첫 밀리언셀러를 찍었다.

데뷔곡 ‘돌아버리겠다’부터 ‘세레나데’ ‘원 앤 온리’ ‘뭣 같아’ ‘부모님 관람불가’ ‘나이스 가이’ 그리고 ‘오늘만 아이 러브 유’까지, 보이넥스트도어는 꾸준히 자기만의 언어로 사랑을 말해왔다.

스물의 “못난 꼬라지 싸가지 2-0 나인 덤 서른의 난 그땐 Oh 웃고 있을지”와 비슷한 가사로 서툰 성장통을 노래해왔다. 화려한 수식보단 솔직한 문장이 많았다. 이처럼 정제되지 않은 문장을 노래처럼 불러내는 방식이 요즘 시대와 잘 어울렸다.

계단식 성장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팀이었다. 그리고 ‘오늘만 아이 러브 유’로는 멜론 톱100 5위, 음악방송 1위, 글로벌 차트 진입까지 해냈다.

명재현은 “이제는 보이넥스트도어만의 색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여섯 멤버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은 “무대를 함께 준비하고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하나가 되어가는지 느끼고 있다. 무대 위에서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공연장에서 관객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내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걸 느꼈다. 내가 신난 만큼 다른 사람도 즐겁게 만들고 싶었던 꿈이 현실이 되어 감격스러웠다”고 답했다.

감정의 흐름은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에도 이어졌다. 골목, 버스, 공연장 같은 도시의 익숙한 공간이 무대가 됐다. 여섯 멤버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았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사운드와 애드리브는 그들의 에너지에 진심을 더했다.

성호는 “언젠가 ‘코첼라’ 같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진정한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며 “우리가 ‘무한도전’과 함께 자란 세대인 것처럼, 언젠가는 ‘보넥도 키즈’가 생기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말했다.

명재현은 “우리를 청춘의 표상으로 여겨주는 팬들이 있다.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오래도록 바르게 살고 싶다.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