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김신록이 지니 TV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의 맛’에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경신 중이다. 단짠단짠 오미(五味)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진명숙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한 김신록은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당신의 맛’은 요리를 매개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성장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김신록은 극 중 요식업계의 숨은 고수이자 생활력 만렙의 인물 ‘진명숙’으로 분해, 걸쭉한 사투리와 공감 가는 생활 연기, 그리고 섬세한 감정선을 무기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지옥’, ‘재벌집 막내아들’, ‘언더커버 하이스쿨’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된 얼굴을 보여준 김신록은 이번 ‘당신의 맛’에서 유쾌하면서도 공감 가는 일상적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김신록은 사투리의 억양, 말맛을 살리는 대사 처리, 눈빛과 손끝의 감정까지 치밀하게 조율하며 시청자에게 단순한 ‘맛있는 이야기’ 이상의 감정선을 선사한다. 특히, 요리를 할 때 번뜩이는 눈빛과 레시피를 술술 읊는 장면에서는 ‘진명숙이 곧 김신록’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극 중 정제(모연주 분)가 불에 휩싸인 사건 이후, 진명숙은 또 다른 감정의 스펙트럼을 펼친다. 방화범을 향한 분노, 그리고 멘토로서의 책임감, 동료의 슬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복합적으로 쏟아지는 장면에서 김신록의 진가는 배가된다. 감정을 터뜨리는 동시에 억누르는 이중 연기를 통해, 단순한 조연을 뛰어넘는 ‘서사의 주체’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김신록 특유의 “감정을 채우고 덜어내는 템포 조절”은 드라마의 완급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며, ‘당신의 맛’이 단순한 힐링 드라마에 그치지 않게 만드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당신의 맛’은 4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환점을 넘었다. 그 안에서 진명숙은 셰프로서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고, 그의 성장은 앞으로 극 전개에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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