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콘텐츠, 문화 수출 1등 국가 산업
‘K-게임’ 성장 위한 게임 업계 제언
정책·인식·제도 ‘3박자’ 어우러져야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1990년대 온라인게임 붐을 지나 2010년대 모바일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한 한국 게임은 이제 ‘글로벌 문화기술 산업’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 뒤엔 ‘중독’과 ‘규제’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져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K-게임. 그 위상에 걸맞은 인식·정책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게임 산업계가 거는 기대가 결코 가볍지 않다.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이 아닌 수출·고용·기술 경쟁력에서 K-콘텐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산업이다. 따라서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게임 업계는 새 정부를 향한 기대감과 함께 큰 틀에서 ‘6대 정책 전환’ 과제를 제언했다.

◇ 게임은 기술·문화 산업이다…인식 대전환 필요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영화·음악·웹툰을 모두 품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또한 문화 콘텐츠의 핵심이자,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과 융합되는 최첨단 기술 산업이다. 그럼에도 게임은 ‘중독’, ‘폭력’, ‘청소년 문제’ 등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 특히 중독 프레임은 과학적 근거 없이 반복돼 왔다. 무엇보다도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게임 업계는 “새 정부가 게임을 ‘국가 전략 콘텐츠 산업’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제보건기구(WHO)의 게임 과몰입 질병 코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며 “또한 초중고 교육과정에 ‘게임 리터러시’를 도입해 올바른 게임 문화 형성에 나서야 한다. 게임의 교육적 활용(창의력·협업 능력·문제해결력 증진 등)에 대한 정책 연구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 중소 게임사의 ‘글로벌 뒷배’가 되어 주길
국내 중소 개발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현지화, 마케팅, 유통 파트너십 등에서 자금과 네트워크 부족으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계가 명확한 상황. 이에 새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내에 ‘글로벌 게임 진출 전담팀’을 신설하고, 현지 마케팅비, 번역, 인플루언서 협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현장 개발자·운영자 등 실무진 중심의 자문기구를 구성,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 게임은 수출 효자…‘국가대표 콘텐츠’로서 위상 강화 필요
2023년 기준, 게임은 전체 콘텐츠 수출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K-콘텐츠다. 그러나 영화나 음악에 비해 정책적 대우는 여전히 미흡하다. 게임을 전략 콘텐츠 산업으로 분류하고, 국정과제·산업진흥계획 등 정부 핵심 아젠다에 포함시켜야 한다.
게임 업계는 “게임 산업을 문화기술산업으로 제도화하고 정책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국정과제, 산업진흥계획, 수출전략 등에 게임 산업 명확히 포함시키고, 영화·음악·웹툰과 동등한 수준의 지원 및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 블록체인·P2E 게임 제도화, ‘미래 산업’으로 육성 필요
현재 P2E(Play-to-Earn) 및 블록체인 기반 게임은 해외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관련 제도 미비로 인해 서비스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투기 대상이 아닌 기술 융합 콘텐츠로 인정하고,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토큰 이코노미와 관련된 법률 정비가 필요하며, P2E를 투기 대상이 아닌 기술융합형 콘텐츠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제도적 허용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해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제도, 실요성 있게 보완해야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에 사업장 없이 매출을 올리는 가운데 환불 거부·확률형 아이템 정보 미공개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문체부가 추진 중인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취지는 옳지만 연매출 1조원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실효성 있는 기준 마련과 제재 수준 강화를 통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게임 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현재 기준을 연 1조원에서 현실적인 매출 기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 고지 의무와 대리인 지정 기준이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대리인의 언어 능력, 대응 역량, 법적 책임 등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게임도 ‘통상 외교’다…정부 차원의 외교 채널 필요
게임 업계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 획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신흥시장에서 규제 이슈로 인해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단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한 통상 외교의 영역이다. 정부는 통상외교 채널을 통해 게임 산업을 포함한 협약을 확대하고, 글로벌 게임쇼 참가 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게임은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즐기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국가 경쟁력을 입증하는 문화기술 콘텐츠다. 또한 게임은 문화이고 기술이며, 청년세대의 언어이고 미래세대의 기회다.
지금은 ‘게임이 국격’이 되는 시대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면, 게임을 그 중심에 놓아야 한다. 게임을 이해하는 정부, 게임을 보호하는 제도, 게임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 이제 그 첫 단추를 꿸 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