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내가 더 사랑한다고!”
하이브의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 앤팀(&TEAM)이 전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실력과 진심이 그 원동력이다.

아시아 투어 중인 앤팀이 7, 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어웨이큰 더 블루드라인(AWAKEN THE BLOODLINE)’ 공연을 열었다. 지난해 고려대 화정체육관 이후 10개월 만의 서울 콘서트다. 공연장은 약 두 배로 확장됐다. 이틀간 총 3회차 전석이 매진됐다. 시야제한석까지 추가 오픈될 정도로 팬덤 ‘루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늑대 DNA’를 모티프로 한 영화 같은 연출, 팀 정체성을 반영한 퍼포먼스가 맞물리며 ‘앤팀 세계관’을 집약한 공연이 완성됐다. 무엇보다 ‘원 팀(One Team)’이 된 앤팀 아홉 명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9인, 실력으로 증명하다
앤팀은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출신 4인과 ‘앤오디션-더 하울링’에서 발탁된 5인이 모인 팀이다. 서바이벌 과정을 통해 검증된 실력은 2022년 데뷔 이후 점차 단단해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노련함까지 더해졌다.
라이브와 퍼포먼스가 공연장을 압도했다. ‘디어 헌터(Deer Hunter)’에서는 붉은 조명 아래 펼쳐지는 관능적인 안무가 치명적이었고, ‘스카 투 스카(Scar to Scar)’에서는 탄탄한 가창력과 정교한 안무가 균형을 이뤘다. 최신곡 ‘고 인 블라인드(Go in Blind)’에서는 눈을 두건으로 채 선보인 유려한 안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K팝과 J팝의 경계, 그 위에 앤팀이 서다
앤팀은 K팝 시스템으로 육성돼, J팝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어웨이큰 더 블루드라인’이라는 투어 타이틀은 이들의 열정과 패기를 ‘핏줄’에 비유, ‘하나’가 된 아홉 멤버가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흐름을 담는다. 세트리스트도 이 정체성을 반영했다. 오디션 미션곡부터 데뷔곡, 최신 싱글까지 아우르며 앤팀이 걸어온 길을 하나의 서사로 구성했다.

특히 앤팀의 공연은 K팝과 J팝이 교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의 팀 구성, 육성 방식은 전형적인 K팝 시스템을 따르지만, 음악은 K팝과 J팝의 특성이 절묘하게 교차하기 때문이다. K팝 특유의 강렬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워 크라이(War Cry)’ ‘러닝 위드 더 팩(Running with the pack)’, J팝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선율이 부각되는 ‘아오아라시(Aoarashi)’ ‘코에가오리(Koegawari)’ 등의 곡이 공존한다.
앤팀이 하이브가 시도하는 ‘K팝 시스템 글로벌화’ 전략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들의 공연은 K팝과 J팝이 서로를 어떻게 보완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는지 보여준다.



앤팀의 진심, 한국어로 전하다
아홉 명 중 한국인은 단 한 명. 그럼에도 앤팀은 토크 순서마다 한국어로 팬들과 적극 소통하며 진심을 전했다.
“나 너 좋아하냐” “내가 더 사랑한다고” 같은 말은 귀여운 한국어 멘트 이상이었다. 일본어 억양이 섞인 발음 안에는 팬들을 위해 쏟은 이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2006년생 막내 마키는 지난 서울 공연에서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번에는 한층 유창해진 발음으로 “앞으로 한국에 자주 와서 더 멋진 공연 보여줄테니 기다려줘”라고 전해 환호를 받았다.



팬들을 향한 앤팀의 애정을 담기에는 잠실 실내체육관도 좁아 보였다. 케이는 팬들을 둘러보며 “루네의 함성은 다른 분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라며 “언젠가는 한국어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앤팀은 자카르타, 타이베이, 효고, 홍콩, 사이타마 등으로 아시아 투어의 열기를 이어간다. “한국에서 루네와 시간을 보내 행복했다”는 앤팀은 “우리의 목표는 더 큰 공연장”이라고 밝히며 한국에서의 재회를 약속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