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그냥 공 오는 거 보고 쳤어요.”

삼성 이재현(22)이 날았다.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별히 노리고 친 것은 아니란다. 본능적으로 배트를 냈다. 결과는 최상이다. 덕분에 삼성도 원정에서 먼저 웃었다.

이재현은 1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와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8회초 그랜드슬램을 작렬하며 1안타 4타점 기록했다. 안타 딱 1개인데, 이게 대박이다.

이날 삼성은 이재현의 만루포 외에 박병호가 홈런을 터뜨렸다. 13시즌 연속 10홈런 달성. 선발 최원태가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불펜도 단단했다. 8-0 완승이다. 2연승을 달렸다. 대체선발이 두 명 들어가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한 주가 시작된 상황. 스타트를 잘 끊었다.

이재현의 방망이가 터진 점이 반갑다. 사실 올시즌 공격에서 꽤 힘겨운 상황이다. 경기 전까지 타율 0.230이 전부다. 홈런 6개가 있지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이날도 3회초 1루수 뜬공, 5회초 중견수 뜬공이다. 7회초에는 삼진. 흐름이 좋지 않았다. 8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모든 것을 바꿨다.

팀이 4-0으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KIA 김현수. 풀카운트 승부다. 7구째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온 속구를 그대로 때렸다.

딱히 실투는 아니다. 이재현이 잘 대응했다고 봐야 한다. 타구는 훨훨 날아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었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이다.

이날 성적을 더해 이재현은 시즌 타율 0.231, 7홈런 33타점 40득점, 출루율 0.358, 장타율 0.375, OPS 0.733을 기록하게 됐다. 공격에서 아쉬울 수 있으나, 수비에서 어마어마한 공헌을 하는 선수다.

경기 후 이재현은 “특별히 코스나 구종을 노린 것은 아니다. 그냥 나갔는데 맞았다. 정신없이 친 것 같다. 처음에는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이어 “최원태 선배님이 오늘 너무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내가 꼭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 마음으로 8회 타석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2스트라이크 이후에 좀 더 집중해서 타격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쳤는데 홈런이 됐다. 기쁘다. 원정경기까지 응원하러 오신 팬들께 감사드리고,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