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연천=이승록 기자] 천하의 방탄소년단도 카메라 앞에서 떨었다. 지민과 정국에게도 전역은 처음이었다.
11일 오전 8시 경기 연천공설운동장. 군복 차림의 지민과 정국이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을 에워싼 수백 명의 아미(팬덤명)들이 1년 6개월을 참아온 함성을 일제히 터뜨렸다. “지민아!” “정국아!” 아미와 지민, 정국이 ‘군백기’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2013년 12월 입대한 지민과 정국은 육군 제5보병사단에서 현역으로 복무하고 이날 만기 전역했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방탄소년단이지만, 군대 앞에서는 이들도 똑같은 대한민국의 청년이었다. 전역의 설렘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벅차오르는듯 숨을 크게 고르기도 했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 마이크를 집어든 두 사람은 “카메라 앞이 오랜만이라 떨리고 민망하다”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말했다.

월드스타인 두 사람에게도 군 생활은 각별한 의미였다. 정국은 “선후임들, 동기들 그리고 간부님들까지 모두 저희와 생활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잘 챙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지민은 “같이 고생하며 밥도 함께 먹고, 밖에서 잠도 자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며 “그 추억들을 가슴에 오랫동안 간직하겠다”며 동료 장병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지민은 “국민 여러분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성숙한 당부를 건넸다. “군대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곳이었다.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지민은 “혹시 괜찮으시면, 길을 지나가시다 군인 분들을 보면 가볍게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주시면 영광일 것 같다”고 부탁해 현장에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한편, 전날에는 RM(본명 김남준·30)과 뷔(본명 김태형·29)가 강원 춘천에서 전역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전역한 진(본명 김석진·32), 제이홉(본명 정호석·31)을 포함해 여섯 명의 멤버들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인 슈가(본명 민윤기·32)도 오는 21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어, 6월을 기점으로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복귀 조건이 갖춰지게 된다.
관건은 방탄소년단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단체 활동에 돌입하느냐다. 전역 현장에서 지민은 “코로나부터 군대까지, 긴 시간이었지만 계속 기다려주신 아미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전역했으니 우리가 그리던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아미의 기대감은 이미 최고조다. 이날 현장에서도 “단결!” 구호와 함께 늠름하게 경례하는 지민과 정국을 보며 눈물을 터뜨리는 팬들이 곳곳에 있었다.
브라질에서 연천까지 찾아온 한 여성 팬은 눈시울을 붉힌 채 “이건 기쁨의 눈물”이라면서, 친구들과 함께 13, 14일 고양에서 열리는 ‘BTS 페스타(FESTA)’와 제이홉 콘서트까지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탄소년단을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사랑해주기 때문이다. 그 사랑에, 우리도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