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주말 사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종범 관련 이슈가 들끓었다. KBO 현역 코치가 저작권 문제로 잡음이 많은 JTBC ‘최강야구’ 감독으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게다가 KT와 불협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와 ‘KBO와 척지는 이종범’이라는 이미지마저 생겼다.

그런 가운데 ‘최강야구’ 제작을 맡은 성치경 CP가 이종범을 감독으로 캐스팅하는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애초에 현역 코치였기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우연히 대화를 나누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했다.

성 CP는 1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아시다시피 JTBC는 ‘불꽃야구’와 민감하게 다투고 있다. 선수단을 다 들고 나가서 ‘불꽃야구’라는 걸 만들고 저작권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빈집이 털린 셈이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된 상황”이라며 “센세이션 하면서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으로부터 신망받는 인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적임자가 이종범이었다. 하지만 캐스팅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현역 코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능 감독이 끌리는 자리라고 해도, 스포츠선수에게 방송은 외도에 지나지 않는다. 출연자에게 현역 코치라도 기회가 오면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이종범의 ‘최강야구’ 입단은 이례적인 케이스다. 캐스팅 목적이 없었던 저녁 자리가 시작이었다.

성 CP는 “이종범이 ‘뭉쳐야 찬다’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어서, 종종 식사를 하기도 한다. 당시 ‘최강야구’를 맡았을 때라 제 어려운 사정을 얘기했다. 이종범도 KT에서 현실을 전했다. 이종범이 고민이 많았었다. 원래 맡았던 보직이 바뀌었다. 이강철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거다. 하지만 이종범 입장에선 의욕적으로 뭔가 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일 잘하는 후배 코치들과 자리 다툼하기도 뭐했다. KT에서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답답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강야구’ 제작진 입장에선 이종범은 좋은 카드다. ‘바람의 아들’로 불리는 레전드 선수에 각종 예능 출연 경험이 많아 입담도 좋다. 카리스마도 있고, 후배 선수들과 사이가 좋다. 얘기를 듣던 성 CP는 저녁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어떻게 시즌 중에 움직이냐. 힘들 거다”는 말만 듣고 헤어졌다.

성 CP는 “이종범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선수단에서 전화한 것 같다. 선수단도 이종범을 반겼다. 같이 하자고 간곡히 부탁을 드린 모양이다. 그게 이종범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그래서 이강철 감독과 상의를 한 것으로 한다. 처음에는 이강철 감독이 ‘종범아 너도 정통 감독이 돼야 할 텐데, 예능으로 가면 되겠냐’면서 거절한 것으로 안다. 이후 이종범이 고민 끝에 한 번 더 논의를 드렸고, 이강철 감독이 흔쾌히 받아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무리 팀을 바꿔도 전반기가 끝난 뒤 옮기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그러나 이종범은 시즌 중에 퇴단했다. 이강철 감독의 뜻이다.

성 CP는 “전반기가 끝나고 방송에 참여하면,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중반쯤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면 방송으로는 그림이 예쁘지는 않다. 이강철 감독이 그걸 알고 ‘마음 굳혔으면 빨리 정리하고 가서 거기서 열심히 하라’라는 뜻으로 퇴단을 일찍 결정했다”며 “KT와 이종범, JTBC 사이에 불협은 없다. 서로 긴밀하게 소통 중이다.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이 감독 인터뷰가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범 감독을 앞세운 ‘최강야구’는 오는 9월 첫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JTBC에서 각종 예능을 성공시킨 성 CP를 주축으로 제작진이 꾸려졌으며, 매력적인 선수들도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꽃야구’를 제작한 장시원 PD와 내홍을 겪은 가운데 원조 야구 예능의 부활을 이룰지 주목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