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 기자] “왜 자꾸 뺨을 때리냐며…”

외국인 선수는 누구나 한국이 ‘객지’다. 동료들이 잘해줘도 고향만 못한 법이다. 다른 ‘재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한화 코디 폰세(31)는 ‘K-드라마’에 빠졌다.

폰세는 올시즌 한화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18경기 115.2이닝, 11승무패, 평균자책점 1.95 기록 중이다. 전반기에 단 1패도 없이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삼진은 270개 넘게 잡을 기세다. 단연 단일 시즌 최다 삼진 신기록이 된다.

밝은 성격이다. 경기 도중 선수단 미팅을 소집할 정도로 열정도 넘친다. 덕분에 한화도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모든 선수들이 힘을 냈지만, 폰세의 맹활약이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했음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폰세는 쉴 때나, 시간이 있을 때 무엇을 할까. 문동주가 공개했다. 문동주는 경기장 밖에서도 폰세와 자주 어울리는 ‘절친’이다.

문동주는 “요즘 폰세가 한국 드라마에 빠졌다. 정확히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는 모른다. 어느 날 나한테 ‘한국 드라마 보면, 자꾸 뺨 때리고, 헤어지자고 하더라’고 했다”며 웃은 후 “대체 뭘 보는지 모르겠다. 자꾸 그걸 나한테 써먹으려 하더라. 드라마 얘기를 계속한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K-드라마’는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참신한 소재, 탁월한 연출력 등으로 ‘K-컬처’의 한 축을 맡는다. 아시아권에서 ‘한류’라 불렸고, 이제는 월드와이드다. 폰세도 한국 드라마 매력에 빠진 듯하다.

문동주는 폰세 한국말 선생님이기도 하다. “사실 사석에서 야구 얘기는 거의 안 한다. 폰세가 우리말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많이 알려주고 있다. 문법 틀리면 다시 말하게 하고 그런다. 그런 얘기들 사석에서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무슨 말 알려줬는지 물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난감해했다. “사실 나쁜 말 많이 알려줬다”며 멋쩍게 웃은 뒤 “나쁜 말 알려주면 또 많이 친해지지 않나”라고 했다. 살짝 허를 찔린 듯했다. ‘외국어 배울 때 욕부터 배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야구장 안에서는 ‘본업’에 집중한다. “폰세와 야구 얘기 정말 많이 한다.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지금 KBO리그 MVP를 향해 가는 선수 아닌가. 그런 선수가 특급 조언을 해준다.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문동주는 한화의 현재이면서 또 미래다. 올시즌 14경기 72이닝, 7승3패, 평균자책점 3.75 기록 중이다. 커리어 하이인 8승 돌파는 시간문제다. 같은 팀에 ‘몬스터’ 류현진이 있고, ‘특급 에이스’ 폰세도 있다. 덕분에 문동주도 쑥쑥 크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