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대한민국을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블랙핑크 ‘불장난’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핑크 베놈(Pink Venom)’ 리사 ‘머니(Money)’ 빅뱅 ‘에라 모르겠다’. 이 굵직한 히트곡들의 뒤에는 프로듀서 알티(R.Tee)가 있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독자 레이블 ‘알티스트레이블(RTST LABEL)’을 세운 그는 더블랙레이블을 나와 독립한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멋진 예술가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 “국내를 통해 글로벌까지 갈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를 제작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K팝 생태계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이다.

“K팝? 저도 몰라요!”
히트곡 메이커임에도 알티는 K팝의 본질을 묻자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그에게 K팝은 장르적 구분이 중요한 음악이 아니었다.
“솔직히 뭐가 K팝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록, 힙합처럼 딱 떨어지지 않잖아요. 하지만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좋은 예술이냐는 거죠. K팝은 재미있는 음악이잖아요. 장르는 단지 구분을 위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알티는 K팝의 세계적인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짚었다. “K팝은 잘 들리는 동시에 잘 보인다”며 “해외에는 그룹 형태의 뮤지션이 많지 않았는데, 우리나라는 고도화된 음악적 설계를 바탕으로 팬들에 대한 접근법이 달랐다. 그게 글로벌 팬들에게 새로움과 재미를 줬다”고 말했다.

소연과 함께했다, ‘담다디’
독립 이후 처음 발표한 싱글 ‘담다디(DAMDADI)’는 확신 없는 사랑을 믿고 기다리는 감정과 설렘을 표현한 곡이다. 파격적인 뮤직비디오 연출은 물론이고, 또 다른 ‘K팝 히트곡 메이커’ 아이들의 전소연이 보컬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소연 씨는 존경하는 아티스트예요. 아이돌로, 프로듀서로, 제작자로 다방면에서 대단하죠. ‘담다디’는 연약하지 않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가길 원했는데, 소연 씨가 딱 맞았어요. 선물처럼 다가온 아티스트였습니다.”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은 정반대였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시너지를 냈다. 알티는 “저는 마이너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 소연 씨는 밝은 에너지가 많다”며 “접근법이 달라서 곡이 섞이니까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끝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도 닮아서 작업이 편했다”고 말했다.

음악에 미쳐 있는 남자
완벽주의자다. 알티는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많을 만큼 지금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두 달 간격으로 음악을 내겠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음악에 목숨을 걸었다. 저처럼 목숨 걸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알티의 뿌리는 밴드 음악이다. 서태지, 라디오헤드가 음악을 시작하게 만든 원점이다. 그리고 영광의 K팝을 거쳐 지금은 전자음악이라는 평생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만, 원칙은 간결하다.
“이 세상의 음악은 두 종류뿐이에요. 좋은 음악과 아닌 음악. 좋은 음악이요? 가슴에 감흥을 일으키는 음악이죠.”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