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그 시절로 끌어들인다. 익숙해서 재밌고, 낯설어서 신기한 그 시절만의 향수를 소환한다.
올해 초 모두의 눈물을 뽑은 시리즈가 있다. 배우 아이유의 1인 2역 연기와 임상춘 작가의 감성이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그 주인공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냈다.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를 위해 그 시절 제주 어촌과 사투리를 시작으로 포구, 토양, 식생까지 구현했다. 실제로 ‘폭싹 속았수다’가 하나의 마을을 지어 촬영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이와 관련해 류성희, 최지혜 미술감독은 “플래카드나 전단지, 포스터 같은 것들도 당시의 문체, 폰트, 색감, 레이아웃까지 고증해서 미술팀과 소품팀이 협업해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금명이(아이유 분)가 바통을 이어받는 후반부인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진 대기업들의 로고와 전단지, 극장가 등 소품부터 장소까지 구현해내며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디즈니+ ‘파인’도 철저히 고증을 거쳤다.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촌뜨기들의 사기극을 담았다.
이를 위해 실제 바다처럼 수중 세트를 직접 세팅하고, 도자기, 차량, 의상실, 창고 등 1970년대를 표현한 공간과 소품 등을 준비했다. 이에 대해 배우 김종수는 “그 시대에 타던 차와 트럭을 철저하게 고증해 준비해 주셔서 놀랐다”고 감탄하기도.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선 1980년대 충무로 영화계를 제대로 구현했다. ‘애마’는 당시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애마’에선 주인공 정희란(이하늬 분)이 사용하는 80년대 서울 사투리를 시작으로 당시 밤무대, 극장가 풍경, 1980년대 영화의 더빙까지 섬세하게 작업했다. 이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개인적으로 아름다움에 유난히 집착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구현하려고 신경 썼다”며 “80년대의 고증은 최대한 따르되, 갇히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시대극까진 아니지만, 1998년도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고백의 역사’도 세기말 감성을 담았다. 주인공 박세리(신은수 분)가 짝사랑남 김현(차우민 분)에게 고백하기 전 학알을 접는 모습과 필름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는 장면도 반갑다.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혹자에겐 신선함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그 시절만의 향수를 담은 작품들이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기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