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세, 3일 대전 NC전에서 KBO 한시즌 최다 삼진 기록 수립
위력의 핵심 구종은 ‘킥 체인지업’
최주환 “알고도 못 치는 구종”, 류현진 “배우기도 쉽지 않아”
폰세 “내 기록 중요하지 않아, 목표는 한화 한국시리즈 우승”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한화 코디 폰세(31)는 올시즌 ‘역대급 투수’라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 승운과 관계없이 매 경기 역투를 펼친다. 특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타자들이 방망이조차 제대로 맞히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킥 체인지업’이라는 ‘비밀 병기’가 있다.
폰세는 3일 대전 NC전에서 6이닝 7안타 8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중반까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시즌 17승 도전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8개의 삼진을 보태며 시즌 탈삼진 228개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두산 소속 아리엘 미란다가 세운 KBO 한시즌 최다 삼진 기록(225개)을 넘어섰다.
올시즌 KBO리그 데뷔 첫해, 26경기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이미 지난 5월 SSG전에서는 8이닝 동안 18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정규 이닝 기준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롯데전에서는 역대 최소 경기(23경기) 200삼진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경기당 평균 8.7개의 삼진으로 리그 1위를 달리는 압도적 수치다.

그 위력의 핵심 구종은 ‘킥 체인지업’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최신 구종으로, 국내 타자들에게는 생소하다. 기존 체인지업보다 큰 수직 낙폭에 더해, 더 빠른 구속을 자랑한다.
손목을 강하게 ‘킥(kick)’하며 던져 순간적인 궤적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상대 타자의 배트 타이밍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폰세의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시속 141㎞, 구종 가치는 17.0으로 리그 최상위권이다. 안타율 역시 0.191에 불과해, 사실상 ‘알고도 못 치는 공’으로 자리 잡았다.
타자들도 혀를 내두른다. 키움 최주환은 “폰세 체인지업은 공이 오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알고도 칠 수 없다. 비시즌 동안 대비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구종도 아니다. 같은 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조차 “그립을 잡아봤는데 도저히 안 됐다. 아무리 연습해도 쉽게 던질 수 있는 공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선택받은 투수만 던질 수 있는 ‘황금 구종’이라는 평가가 괜한 것이 아니다.

폰세는 이 구종 하나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4일 현재 성적은 16승무패 228삼진, 평균자책점 1.76,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 0.90, WAR(승리 기여도) 7.76이다. 투수 5관왕을 달린다. 강력한 정규시즌 MVP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겸손하다. 폰세는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다. 목표는 단 하나,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을 앞세우는 자세가 ‘역대급 투수’의 품격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