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해방촌 언덕배기에 자리잡은지도 10년이 넘어가는 수제버거 전문점, 더백푸드트럭. 지금에야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 있지만, 처음 창업할 때만 해도 몇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역 토박이들은 ‘더백푸드트럭’이 이 일대 상권 형성에 일조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덕분에 해방촌 본점을 기점으로 신용산점, 더현대 푸드코트 등 3곳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서창백 대표를 만났습니다.

Part1 창업 그리고 준비

수제버거 전문점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국민학교 때부터 조리에 관심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진학할 즈음에는 국내 최초로 조리 과학고가 생겼는데, 이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보통의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당시에는 ‘남자가 무슨 요리냐’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고3때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 양식 자격증을 취득했었습니다.

물론 당장은 조리 관련 일을 하지 못했어요. 수입 의류 회사에서 10년간 일하던 중에 우연히 방송에서 미국에서 푸드트럭으로 화제가 된 재미교포 이야기를 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들끓기 시작했죠. 그 길로 푸드트럭을 구매하고 시장조사를 위해 미국 LA와 뉴욕을 다녀오면서 수제버거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푸드 트럭에 끌려서 미국으로 가신 거군요. 대단한 실행력입니다. 미국을 둘러보고 수제버거 아이템을 잡으셨겠네요?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투자하셨겠습니다.

일단 미국 푸드트럭의 오리지날리티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딜리버리 트럭인 스탭밴 트럭을 구하기 위해 1년 넘게 수소문했어요. 어쩌면 수제버거는 나중에 선정했다고 할 수 있죠. 어렵게 86년식 쉐보레 스텝밴을 구했는데, 그 시간동안 버거와 바비큐를 공부하고 수제 소시지를 연구했습니다. 핵심 요리를 충분히 실험해보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작업장)’을 얻기 위해 부동산을 다니는 등 준비기간은 총 1년6개월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입하신듯 합니다.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떤 부분이 힘드셨어요?

창업 초기에 임대인과의 법적 분쟁이 있었어요. 초기에 입소문을 타서 해방촌 본점이 유명세를 좀 타긴 했었는데요.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빠르게 영업은 안정화된 덕분이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했나요. ‘공간 활용’에 대한 부분을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 소송을 걸더군요. 임차인 입장에서는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근처 건물로 이전을 감행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건물주이셔서 공간에 대한 고민은 없어졌고요.

좋은 건물주를 만나는 것도 음식점 운영에 큰 변수가 되겠습니다.

한번 계약을 하면 2년은 운영해야 하니까 건물주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그 심리적 스트레스가 적지 않죠. 그래서 비싼 임대료를 ‘날리느니’ 대출 받아서 조그만 건물이라도 매입해서 영업하는 게 희망사항이 되었습니다. (웃음)

Part 2 성공적 운영 철학과 원칙

‘더백푸드트럭’은 어떤 경영 철학으로 운영하시는지요? 처음 창업부터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은 무엇인가요?

거창하게 철학이랄 게 있나요. ‘내가 힘들면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라고 해야 할까요. 재료 손질에 손이 한번더 가고, 끊임없이 연구해보는 거죠. 제가 음식에 전공자가 아니기도 해서 처음부터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운영 원칙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사장이 힘들면 음식이든 서비스든 퀄리티가 좋아질 수 밖에 없죠.

10년전 오픈 당시 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소스를 직접 만드는 버거 가게는 거의 없었어요. 햄과 베이컨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거든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패티 하나도 30번 넘게 치대서 만들 정도였어요. 버거가 패스트푸드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정성이 있는 슬로우 푸드를 지향했습니다.

패스트 푸드를 슬로우 푸드로 접근하신 거네요.

그렇죠. 그러면서 업장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 동네에 녹아드는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음식점이 혼자 잘되면 아무래도 시기 질투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오픈하고 일주일 쯤에 근처 상인들과 동네 주민들을 초대해서 바비큐를 구워드리기도 하고, 가끔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하면서 동네 상권과 융합하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서로 추천하고 추천받는 입장이 되는거죠.

동네 이웃과 바비큐 파티는 인상적이네요. 수제버거 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에 대한 시도를 자주 하시나 봅니다.

메뉴 구성에 바비큐가 함께 하도록 했어요. 직접 훈연한 햄과 베이컨 그리고 풀트포크를 사용한 쿠반 샌드위치를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하기도 했고요. 햄과 베이컨은 2주간 염지를 한 후 훈연해서 손도 많이 가고 일이 많았습니다. 작은 가게에서는 엄두가 안나는 일이지만 묵묵히 해내왔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 이외에 두 곳은 서로 비슷하면서 다른 스타일인듯 합니다. 미국식 수제버거니까 ‘어메리컨’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요?

인테리어는 당시에 유행하는지는 몰랐지만 ‘인더스트리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것도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니 ‘어메리컨 스타일’이겠네요. (웃음) 해방촌 본점은 60년 넘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메인 주방이 일층을 모두 사용했고요. 홀은 남산 아래 거주지가 아래로 보이는 전경이 있는 2층과 루프탑 공간이 많은 단골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독특한 구성이었지만 재미있어 했고, 오래된 가옥의 좁고 높은 형태의 계단 조차도 즐겁게 받아주신 것 같았습니다. 신용산점은 위스키와 와인 등의 주류를 대폭 구비하면서 있는 공간을 넓게 사용하였고, ‘테라스’ 공간을 다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지금까지 운영해오면서 목표로 한 매출을 달성해왔다고 보시나요? 목표 매출에 도달하기 위한 운영전략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각 상권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했습니다. 2호점인 신용산점 같은 경우는 오피스 상권과 주거가 섞여 있어 점심은 직장인들의 근처 점심값을 조사하는 등의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그러면서 실제 매장의 판매가와 비교해 각 회사마다 제휴를 맺어 할인을 하는 방법으로 홍보를 실행했습니다. 1호점 해방촌은 주로 젊은 커플들이 많이 오셔서 관련 이벤트성 메뉴를 구성하는 식으로 진행했고요. 특히 바비큐 단체 예약같은 부분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수제버거 전문점이지만, 바비큐 메뉴 등 다각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셨네요. 직원들이 힘들어 하겠어요. 사장님이 계속 일을 벌이니까 말이죠. (웃음) 그런 만큼 직원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습니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연초에는 직원마다 연차를 써서 최장 12일까지 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저희 같은 업장에서는 휴식에 대한 보장이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음식점은 휴가를 길게 갈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경험상 긴 휴가를 허용하면서 업무 만족도를 높여주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Part 3 실패의 경험과 미래 비전

한 업장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세 곳을 관리하려면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브랜드 운영하면서 실패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해내셨어요?

많은 음식 브랜드들이 그렇듯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가장 큰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배달 중심으로 매출 구성을 바꾸기도 하면서, 특히 저희 매장의 강점인 야외 테라스를 활용한 행사나 이벤트 대관, 바비큐 코스 등으로 다변화를 꾀하면서 빠진 매출을 채우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코로나는 음식업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었죠. 그러면서 기업문화 영향 때문에 술먹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음주는 1차에서 간단히 하고 일찍 귀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이른 음주와 간단한 음주에 맞는 ‘안주’ 구성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음주보다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선호한다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메뉴를 구성해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러면서 다른 브랜드들도 시도를 해왔습니다. 샐러드바 <사라다>, 장작 통닭 <백사장>, 이자카야 <하이스틱> 등을 창업했고 또 정리하기도 했네요. 파티 전문 공간 <터치드>과 디제잉 위스키바 <파인드> 등도 기획하면서 운영하는 등 정말 많은 시도를 해왔습니다.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고 유지하는 ‘유기체’와 같다고 생각해요. 컨셉이나 공간은 경쟁력이 있는데, 매번 최적의 인력이 부족해서 2년 정도 운영하다가 접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본래의 DNA인 ‘수제버거’ 브랜드는 오랫동안 유지해오셨네요. 동시에 운영에 있어서 특별히 챙기는 전략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매장마다 블루베리 나무로 조경을 했어요. 나름의 운영 방식이랄까요? 여기서 수확한 블루베리를 저희 매장 샐러드에 사용하기도 하죠.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야외 테라스와 루프탑 인테리어를 신경을 안쓸 수가 없죠. 탁 트인 자연의 공간에서 편하게 음식을 드시고 일행과 추억을 남길 수도 있게 말입니다. 저희 본점 해방촌점이나 신용산점에서는 손님들이 ‘셀카’를 많이 찍으시는데, 그 순간이 보람이 됩니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된 때는 언제인가요?

어느 고객께서 “아이들과 함께 와서 맛있게 먹었는데 다시 와서 먹었더니 더 좋아졌다”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 채널에 리뷰들을 많이 해주셔서 노동의 피로를 씻어주기도 합니다.

매장을 세 곳을 운영 중에 있고,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는 하시는 것 같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어떤 희망 사항이 있으신지요?

이제 10년차 ‘수제버거 전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간 마음 고생도 많이 하고, 어느 순간에는 다 포기하고 싶은 때도 적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항상 마음 속에는 수제버거로 전국으로 가맹 사업을 전개해보는 게 비전이자 희망입니다. 이름도 <더백 익스프레스>라고 지어두기도 했고요. 최소한의 인원으로 포장 및 배달 중심의 수제버거 브랜드가 기본 컨셉입니다.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여 완벽하게 1인 매장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하려고 합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향후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전이 될만한 비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해보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의 음식점에서 하고 싶은 상권에서 꼭 일을 해보셔야 합니다. 이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자신의 브랜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프랜차이즈도 괜찮고 작은 가게도 상관없어요. 운영이 잘되는 매장에서 사계절은 한번 경험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결혼할 상대도 사계절을 겪어보라고 하잖아요. (웃음) 실패를 하지 않는다기 보다 손해를 적게 보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창업 전에는 해당 장르 매장에서 일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greg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