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이소영 기자] “앞으로 볼넷 주는 부분을 보완하길 바란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하루였다. 폭우부터 우천 중단, 등골을 오싹하게 한 8회말 빅이닝 허용까지 말 그대로 다이나믹한 일들의 연속. 우여곡절 끝에 LG가 우승 매직넘버를 ‘8’로 줄였지만, 염경엽 감독(57)은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LG는 16일 수원 KT전에서 10-6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81승3무50패를 기록하며 맹추격 중인 2위 한화와 3경기 차를 유지했다. KT와 상대 전적에서도 9승6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날 경기를 종합하면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2-1로 앞선 3회말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에 오후 7시16분께 경기가 우천 중단됐다. 가까스로 오후9시3분께 재개됐지만, 선발 손주영은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예기치 못하게 선발 카드 하나를 날린 셈이 됐는데, 잘 나가다가 경기 막판 그 여파가 그대로 드러났다.

6회만 하더라도 승기가 LG에 기우는 듯했다. 경기 재개 후 1점을 추가한 LG는 이어진 6회초 터진 박동원의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6-1로 저만치 달아났다. 7회까지 불펜진의 릴레이 무실점 호투로 KT 타선을 묶었으나, 뒷심 부족으로 다 잡은 경기를 눈앞에서 놓칠 뻔했다.

5점 차 리드로 시작한 8회초, 바통을 이어받은 박명근이 선두타자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더니 안타를 맞으며 주자를 쌓았다. 그러나 배재준과 마무리 유영찬이 나란히 볼넷을 내준 탓에 1실점 했고, 여기에 폭투와 안타까지 더해져 6-5까지 따라잡혔다.

턱밑 추격을 허용한 LG는 9회초 오스틴 딘과 오지환의 홈런 덕분에 4점을 추가했다. 이어진 9회말에서 장진혁에게 솔로포를 헌납한 뒤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바뀐 투수 이지강이 남은 두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돌려세워 경기는 그대로 LG의 10-6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오스틴의 선제 홈런과 구본혁, 박동원의 초반 타점으로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왔”며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동원을 비롯해 오스틴, 오지환의 홈런이 터졌고,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다만 경기 막판 흔들린 만큼 불펜진에 따끔한 한마디를 가했다. 이날 LG는 총 8명의 불펜진을 동원했다. 염 감독은 “중간 투수로 김영우, 김진성, 함덕주, 이정용이 중간에서 이닝을 잘 지켜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 해줬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볼넷이 많았다. 이 부분 보완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어 “마지막까지 힘든 경기였지만, 타자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줬다”며 “이지강이 마무리를 잘해준 덕에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