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네 차례 KS 우승 쌍끌이

21년 만 다른 유니폼 입고 인천서 격돌

ML 피츠버그 합동훈련 등 선진야구 경험

“야구 공부가 습관, 지도자 성공비결”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 기자] “야구를 잘 배웠지.”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는 ‘현대 명가 대리전’이다. 사령탑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SSG 이숭용 감독과 삼성 박진만 감독 때문이다. 이들은 KBO리그에서 짧고 굵은 족적을 남긴 ‘현대 왕조’의 주역들이다.

이들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이끈건 2004년이 마지막. 무려 21년이 흘러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현대가 태동한 인천에서 첫 지략대결을 펼친다. SSG 이숭용 감독은 “박진만 감독은 현역 때 유독 예뻐한 후배”라면서 “지금 배우자도 내가 소개해준 사람”이라며 웃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언제적 얘기냐”며 미소짓더니 “현대 때는 정말 재미있게 야구했다. 가족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가족으로 지냈다”고 돌아봤다.

그러고보니 LG 염경염 감독 또한 현대 왕조시절 멤버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강팀 중 무려 세 명이 지휘봉을 쥐고 있다. 새삼 ‘현대왕조’의 위대함이 본격적인 가을 축제 첫 날 도드라진다.

현대 출신 지도자가 성공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선진 야구를 빨리 경험한 덕분이지 않을까. 좋은 감독, 좋은 코치들에게서 잘 배운 게 크게 도움됐다”고 강조했다. 1996년 창단 첫 스프링캠프 때부터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45일가량 동고동락하며 눈으로 배운 것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 감독은 “눈으로 보고 배운 것뿐만 아니라 한 달 반 동안 동고동락하며 빅리그 출신 인스트럭터를 초빙해 훈련했다. 정말 많이 배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박 감독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야구를 알고하는 게 당연한 문화였다. 입단했을 때 가장 먼저한 게 경기규칙 공부였다. 경기 중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규칙을 역이용해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하는 훈련을 후배들이 100% 따라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도 모두가 훈련에 진심이었다. 현대출신들은 야구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게 몸에 밴 게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둘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이지만, 감상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을 터. 이 감독은 “일주일가량 쉬었으니 경기 감각이 어떨지가 가장 걱정”이라며 “오전까지는 정규시즌 때와 큰 차이 없는데, 경기 시작 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천신만고 끝에 넘어선 박 감독은 “그래도 이기고 올라왔으니 선수들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특유의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치른 ‘단기전 선배 감독’의 여유가 엿보였다.

1회초 리드오프로 나선 이재현이 SSG 선발 미치 화이트의 초구를 걷어올려 준PO 역대 세 번째 1회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때려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가을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타구가 날아가는 동안 사령탑의 표정은 경기 전과 다르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