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JTBC ‘킹더랜드’로 함께 커플 호흡을 맞춘 두 배우가 서로 다른 길에서 다시 흥행의 축을 이어받았다. 임윤아가 ‘폭군의 셰프’로 tvN 주말극의 흥행 문을 열었다면, 이준호는 ‘태풍상사’로 그 문을 더 넓히고 있다.

최근 첫 방송된 ‘태풍상사’ 속 이준호는 강태풍으로 등장했다. 나이트클럽 무대를 휘어잡던 ‘압스트리트 보이즈’의 멤버이자 자유로운 영혼, 그러나 하루아침에 무역회사 사장이 되어버린 20대 청년이다.

첫 장면부터 그는 폭풍처럼 강렬했다. 조명 아래 춤을 추며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은 90년대 청춘의 자유로움과 방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버지의 쓰러짐, IMF라는 경제적 재앙,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그를 무너뜨렸다.

이준호는 이러한 변화의 곡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나이트클럽의 미소에서 병실 복도의 침묵으로, 철없던 청춘에서 한순간 어른이 되어야 하는 현실로, 감정의 폭과 속도는 현실보다 생생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병실로 돌아와 아버지의 부고를 마주하는 순간엔 복잡한 감정이 폭발했다.

눈빛 하나로 후회와 분노, 공허함이 교차하며 극의 중심을 단숨에 붙잡았다. 이준호의 디테일한 호흡과 연기는 한 편의 장면보다 한 시대의 청춘을 보여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태풍상사’는 1997년이라는 시대를 낭만과 비극이 공존하던 시절로 완벽히 복원했다. 오프닝부터 삐삐 메시지와 테이프, 공중전화와 씨티폰, 그리고 노란 조명 아래의 오래된 사무실까지. ‘584486(오빠 죽도록 사랑해)’ 같은 삐삐 번호가 화면을 채웠다.

이준호는 캐릭터를 온전히 입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90년대 헤어스타일을 직접 제안했고, 일부 의상은 사비로 구매했다. 실제 자료화면을 찾아보며 걸음걸이와 손짓을 분석했고, 20대 후반의 패기와 불안, 미숙함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대사 톤 하나에도 변화를 줬다.

특히 오랜만에 들려온 ‘나는 문제없어’의 노래는 현실의 무게를 버티던 직장인들의 표정을 떠올리게 했다. 화면 속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당대의 공기와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준호의 열연은 곧 수치로 이어졌다. 첫 방송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5.9%, 최고 7.1%를 기록하며 2025년 tvN 토일드라마 중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을 세웠다. 수도권에서도 최고 7.1%,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전국 평균 1.8%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준호는 흥행 보증수표다. 지난 2021년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이산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17.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 MBC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어 JTBC ‘킹더랜드’로 연속 흥행에 성공, 까칠한 인물이 사랑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글로벌 로코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1위에 오르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입증했다.

첫 회부터 시청률, 화제성, 연기 삼박자를 모두 잡은 ‘태풍상사’는 이제 막 폭풍의 눈 속으로 들어섰다. IMF의 격랑과 함께 인물들의 관계가 요동치기 시작하고, 강태풍의 성장 서사 또한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