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특별취재단] 박보영은 인터뷰를 잘하는 배우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말주변이 유려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질문에 걸맞은 말을 꺼낸다. 수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촬영 당시 분위기도 정확히 기억해낸다. 촬영 기간 틈틈이 작성하는 일기를 정독하고 오기 때문이다. 박보영과의 인터뷰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편이다.

그런 박보영의 감정이 흔들리는 지점이 있다. 한화 이글스다. 한화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다소 커지고 말도 빨라진다. 2023년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인터뷰 현장, 워낙 뛰어난 연기를 펼쳐 호평이 이어진 가운데 느닷없이 공기가 달라졌다. 한화 이글스와 관련된 질문이 나와서였다.

“어느 순간 야구 때문에 제 하루의 엔딩이 망쳐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어제 하루는 괜찮았는데, 이 결과로 절망의 감정으로 잠을 자고 그랬어요. 이 공놀이가 왜 나를 힘들게 하나 싶어요. 적당히 보고 있어요.”

거리를 두려 했지만, 보살이 명상을 멈추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2023년은 한화 이글스가 8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쓰기도 했다. 모든 한화팬이 극락을 경험했던 순간이다. 출루만 해도 기립박수를 치는 한화 팬에게 8연승은 메마른 땅에 쏟아지는 폭포수와 같았다.

당시 박보영은 8연승 때를 회상하며 “일기장에 몇 대 몇으로, 어떻게 이겼는지 다 체크했다. 선수들을 사랑하고 장난 아니었다. 야구는 일희일비의 끝인 것 같다. 지금도 ‘안 보련다’라고 하면서도 한 번씩 본다. 예전만큼 챙겨보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2025년 한화 팬들의 염원이 현실로 다가왔다. 시즌 승률은 5할9푼3리다. 6할에 가깝다. 열 번의 경기에 여섯 번은 이겼다는 얘기다. 지난 24일까지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3승 2패라는 드라마를 썼다.

19년 만에 찾아온 플레이오프도 행복한데,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한화 팬이 아니다. 박보영은 한국시리즈 진출 기념 소감을 스포츠서울에 보내왔다. 짧은 문구 안에 감동의 온기가 가득하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가을야구를 볼 수 있게 해준 한화에 감사하고 꼭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최.강.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