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축구팀] 잠자던 서울의 후반을 깨운 건 ‘캡틴’ 린가드다. K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가동한 것뿐 아니라 빅리그 출신다운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울림을 줬다.

스포츠서울은 ‘하나은행 K리그1 2025’ 34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에 린가드를 선정했다.

린가드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홈경기에서 팀이 0-2로 뒤진 후반 19분 둑스 대신 교체 투입됐다.

서울은 전반 11분 만에 강원의 노림수에 당했다. 김대원에게 뒷공간을 얻어맞아 김건희에게 선제 실점했다. 설상가상 후반 7분 페널티킥까지 내줘 모재현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일찌감치 패색이 짙었다. 흐름을 바꾼 건 린가드. 후반 27분 문선민의 오른쪽 크로스를 벼락같은 헤더 만회골로 연결했다. 그리고 5분 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골키퍼와 수비 사이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그대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행운이 따른 득점이나 워낙 궤적이 날카로웠다.

린가드의 두 방은 서울의 골 폭풍을 일으켰다. 류재문, 천성훈이 연속골을 뽑아내며 4-2 대역전극으로 귀결됐다. 시즌 첫 역전승과 더불어 4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51)와 승점 차를 3으로 좁히면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 획득 목표를 이어갔다.

리그 8~9호 골을 몰아친 린가드는 K리그 데뷔 두 시즌 만에 처음으로 멀티골 기록까지 썼다. 골보다 귀한 건 희생과 태도다. 그는 이번시즌 컨디션이 오락가락했다. 지난여름 수혈된 안데르손과 동선도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장’ 김기동 감독도 기회 창출에 능한 둘의 비슷한 스타일을 안다. 역할과 공간을 분리하려고 하나, 시즌 중 완벽하게 바로잡는 건 어렵다. 김 감독은 린가드의 컨디션과 전술을 고려해 하반기 들어 조커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날 보란 듯이 ‘게임 체인저’ 노릇을 해내며 서울에 또다른 동력이 됐다.

다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린가드는 빅리거 출신답게 우월한 실력 뿐 아니라 욕심도 많다. 출전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날 경기 직후에도 “모든 경기를 뛰고 싶다. 의지가 강하다. 이런 것으로 감독과 토론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의 결정을 존중한다. 맨유 아카데미에서 성장했고 늘 이겨야 한다는 문화에서 살아왔다. 선발이든 교체든 모든 걸 쏟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장으로 역전승의 의미도 되짚었다. “이번시즌 우리는 선제골을 내주면 기운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고 돌아본 린가드는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멋진 정신력을 보여줬다. 숨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린가드의 진심이 다른 구성원에게 어떻게 전해질까. 리그 잔여 4경기 결과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