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롤드컵 4강서 KT에 1-3 패배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결승진출 좌절

밴픽 단계부터 KT에 끌려간 것이 패인

젠지, 2025시즌 아쉽게 마무리

[스포츠서울 | 상하이=김민규 기자] 세계 1위의 이름이 무색했다. 젠지가 또다시 결승 문턱에서 고개를 숙였다. 말 그대로 되풀이된 ‘4강’ 악몽이다.

젠지는 1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4강전에서 KT 롤스터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며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T1에 무너졌던 4강의 악몽이 올해도 되풀이됐다.

시작부터 젠지는 낯설었다. KT의 빠른 합류와 ‘커즈’-‘비디디’의 완벽한 연계에 휘둘리며 주도권을 내줬다. 한때 바론과 드래곤을 동시에 가져가며 흐름을 되찾는 듯했지만, 40분을 넘긴 혈투 끝에 KT가 넥서스를 파괴했다. ‘세계 1위 젠지’라는 이름에 균열이 간 순간이었다.

두 번째 세트에서 젠지는 자존심을 되찾았다. ‘캐니언’ 김건부가 초반부터 킬을 만들며 공격의 신호탄을 쐈고, 세 번째 드래곤과 바론을 잇따라 챙기며 압도적인 운영을 펼쳤다. 1세트 패배의 그림자를 지워낸 완벽한 복수였다.

그러나 균열은 남아 있었다. 밴픽부터 KT에 지고 들어간 분위기였다. 여기에 교전에서 흔들리는 호흡, 후반 운영의 불안함도 여전했다.

균형을 깬 건 다시 KT였다. 3세트에서 ‘비디디’ 곽보성이 미드에서 ‘쵸비’를 상대로 연속 킬을 따내며 완전히 판을 뒤집었다. 전령 싸움, 드래곤 교전, 아타칸까지 모두 KT의 것이었다. KT가 일방적으로 젠지를 찍어누르며 승리를 가져갔다. 젠지는 세계 1위의 이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졌다.

젠지가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4세트. 젠지의 모든 것을 건 승부였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밴픽 단계부터 KT가 우위를 점했다.

밴픽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젠지는 초반 바텀 라인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령과 드래곤, 바론을 모두 빼앗겼다. 장로 드래곤에서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지만 KT의 한타에 완패했다. KT가 결승행을 확정 짓는 순간, 젠지의 2025 시즌도 함께 끝났다.

젠지는 올해 내내 압도적이었다. LCK 통합시즌 우승,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이어 사우디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까지. LCK 대표로 세계 1위를 찍으며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무대가 롤드컵으로 옮겨오면, 그 ‘완벽함’은 언제나 흔들렸다.

2024년엔 T1, 2025년엔 KT. 두 해 연속 결승 문턱에서 멈췄다. ‘쵸비’-‘캐니언’-‘룰러’로 이어지는 초호화 전력도, ‘세계 1위’ 타이틀도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젠지는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한다. 진짜 강팀은 ‘정규 시즌의 1위’가 아니라, ‘끝까지 웃는 팀’이라는 것을 말이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