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신인상 후보에 스포티파이 3340만 청취자... 살해 협박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신념

[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하이브와 게펀 레코드가 합작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가 데뷔 2년 만에 전 세계 걸그룹 1위로 올라서며 K팝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한 음악성을 넘어, ‘진정성 있는 다양성’과 ‘사회적 메시지’에 있다는 평가다.
캣츠아이는 지난 11일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3340만 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 걸그룹 중 1위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신인상’ 후보 지명이라는 쾌거도 달성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성과 뒤에는 수천 건의 살해 협박과 인종차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타밀계 인도 혈통의 미국인 멤버 라라는 BBC 인터뷰에서 “1000건이 넘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며 충격적인 현실을 고백했다. 양성애자 커밍아웃 이후에는 성 정체성과 인종을 둘러싼 비난이 더욱 격화됐고, 허위 신고까지 당하는 악의적 공격을 받았다.
캣츠아이의 가장 큰 매력은 ‘쇼케이스용 다양성’이 아닌 ‘진정성 있는 다양성’이다. 여섯 멤버는 타밀계 인도, 필리핀, 가나·이탈리아 혼혈 등 각기 다른 인종적 배경을 가졌으며, 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정체성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라라는 “피부색과 문화는 우리의 힘”이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뮤지션들에게 ‘멈추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가나·이탈리아 혼혈 멤버 마농도 “우리는 각자의 배경을 자랑스러워하는 소녀들을 위해 존재한다”며 그룹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캣츠아이는 음악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라라와 메건이 양성애자 커밍아웃을 하며 전 세계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았고, 8월에는 갭의 다양성 캠페인 ‘베터 인 데님’ 메인 모델로 선정돼 “올해 가장 성공적인 광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라는 “여성을 순위 매길 대상처럼 취급하는 문화는 병적”이라며 “얼굴, 춤, 노래에 점수를 매기며 경쟁시키는 건 디스토피아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필리핀계 멤버 소피아는 “우리가 공인이라 해도 여전히 인간”이라며 온라인 폭력 근절을 호소했다.
2023년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합작으로 결성된 캣츠아이는 데뷔부터 서구권 시장을 공략했다. 올해 5월 발매한 두 번째 EP ‘Beautiful Chaos’는 글로벌 차트 순위권에 진입하며 상업적 성공을 입증했다.
K팝 시스템과 서구 음악 산업의 장점을 결합한 이들의 전략은 채펠 로언, 도자 캣 등 서구 여성 아티스트들이 겪는 온라인 폭력 문제를 공유하며 글로벌 팬들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성공했다.
캣츠아이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여섯 소녀들의 이야기이자, 다양성이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닌 진정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들의 행보는 K팝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