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아치
도쿄돔 흔든 22세 거포
귀국 후에도 담담 “재밌었습니다”
다음 꿈은 WBC 승선

[스포츠서울 | 김포공항=박연준 기자] “긴장 하나도 안 했습니다.”
도쿄돔 한복판에서도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첫 성인 대표팀, 첫 한일전, 첫 도쿄돔 무대였다. 안현민(22·KT)은 흔들림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오히려 대표팀 타선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선수였다. 일본 현지 언론도 “괴물 타자”라며 그를 주목했다. 대표팀 류지현(54) 감독이 “이번 평가전의 최대 수확”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안현민은 15~16일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한일전에서 이틀 연속 장타를 터뜨리며 대표팀 중심타선의 핵심 임무를 수행했다.

15일 1차전에서는 0-0 균형이 흐르던 4회초 무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기록했다. 모리우라의 빠른 공을 정확히 잡아당기며 평가전 분위기를 흔드는 시원한 한 방이었다. 16일 2차전에서도 5-7로 뒤진 8회말, 다카하시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다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추격의 불씨를 살린 솔로포였다.
한국 타자 중 유일하게 연이틀 대형 타구를 만들어낸 선수다. 도쿄돔 현장은 순간순간 정적이 흐를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대표팀이 1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만난 안현민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너무 재밌었다. 일본에서 내 플레이가 화제가 됐다고 하는데, 사실 일본어를 몰라서 영상만 봤다”라며 웃었다.
한일전 특유의 긴장감을 묻는 말에도 그는 단호했다. “긴장은 하나도 안 한 것 같다. 좋은 투수를 상대하는 건 리그나 국제전이나 결국 같은 야구라고 느꼈다. 특별히 더 떨리거나 덜 떨리는 감정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평가전은 KBO와 달리 인간 심판의 볼 판정이 적용됐다. 연이틀 오심 논란도 이어졌다. 타자 입장에서는 더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안현민은 그 과정을 오히려 학습의 순간으로 받아들였다. “타석에서 조금 혼란스러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내 스트라이크존과 결과가 다를 때 수정이 필요했는데, 그 과정이 오랜만이라 흥미로웠다. 고등학교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일본 언론은 그를 향해 “ML 레벨 타구 스피드, ML에 보여줄 만한 임팩트”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았다. “내가 메이저리그급 선수라는 뜻은 아닌 것 같다. 타구 스피드나 임팩트가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 나는 아직 멀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평가전 최고의 타자였지만, 그는 여전히 ‘배움’을 언급했다. “좋은 투수들을 상대하며 많이 배웠다. 꿈의 무대인 WBC를 나가보고 싶고, 기회가 온다면 감사하게 생각할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그려보고 있다. 꼭 WBC에 승선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