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번째 주자 ‘로빈’, AI 아빠와 사춘기 딸
최정상급 창작·배우들의 대체 불가 ‘한복 입은 남자’
‘트레이스 유’ 강렬한 사운드의 콘서트장으로 초대
1930년대 문인들의 ‘팬레터’ 통한 순수한 사랑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2025년의 마지막인 12월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겨울 날씨가 찾아왔다. 너도나도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추위에 떠는 몸을 꽁꽁 싸맨다. 추운 건 싫지만,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은 괜히 기분을 좋게 한다. 여기에 뮤지컬 넘버들이 공연장을 휘감으며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전해 마음은 따뜻하다.
올해 초 12월에 대작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소식에 뮤덕(뮤지컬 덕후)들은 미리 신났다. 올 한해도 열일하는 최애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에게 눈도장 찍는 새로운 얼굴들까지 공연장들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오랜만에 대학로는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 ‘로빈’, 12월1일 ~ 내년 3월1일, 대학로 TOM 1관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겨울 대표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답게 12월이 시작되자마자 관객을 맞이했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이 AI 로봇을 모티브로 한다.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는 AI 로봇 아빠 로빈(최재웅(46)·김대종·김종구·박영수), 사춘기 딸 루나(연지현·김단이·김이진), 집사 로봇 레온(한상훈·최재웅(31)·김수호)이 지구 귀환을 기다리며 우주 벙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빠와 딸의 소통 문제, 사춘기 딸의 방황과 고민 등 현실적인 가족 서사를 다루며 모든 연령대 관객의 공감을 이끈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부녀간 소통을 통해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전한다. 화려한 무대와 영상, 감성적인 넘버가 더해져 깊은 여운과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 ‘한복 입은 남자’ 초연, 12월2일 ~ 내년 3월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장영실, 다빈치를 만나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1600년대와 2025년을 동시에 여행한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장영실의 흔적을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를 통해 추리한다. 그림 속 미스터리 주인공을 두고 ‘만약’을 전제로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역사적 진실 사이에서 상상력을 총동원한다.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답게 국내 최정상급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뭉쳤다.
EMK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를 필두로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등의 권은아 극·작사, ‘벤허’ ‘프랑켄슈타인’의 이성준(브랜든 리) 작곡 및 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우들은 모두 1인 2역을 소화한다. 조선의 천재 과학자 ‘영실’과 그의 비망록을 추적하는 학자 ‘강배’ 역 박은태·전동석·고은성, 백성을 위해 과학 발전에 힘쓰며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과 진실을 좇는 방송국 PD ‘진석’ 역 카이(본명 정기열)·신성록·이규형이 무대에 오른다.

◇ ‘트레이스 유’, 12월4일 ~ 내년 3월1일,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대학로가 다시 한번 강렬한 록 사운드로 뜨겁게 폭발한다. 행운의 숫자 ‘7’과 함께 2년 만에 새로운 시즌을 즐길 무대를 예열 중이다.
홍대의 작은 클럽 ‘드바이’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진한 우정을 그린다. 현실적이고 강렬한 서사와 함께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을 그려낸다.
가장 기대되는 장면은 커튼콜이라 게 특이하다. 공연 내내 강한 사운드와 무대 매너로 심장을 두드리지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커튼콜은 이길 수 없다. 시선을 압도한다기보다 이때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손해라는 것.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자만이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번 시즌은 이전 무대에 올랐던 경력 배우와 뉴 캐스트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클럽 ‘드바이’를 운영하는 기타리스트이자 까칠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빈’ 역 이종석·심수호·노윤·박주형, 세상에 맞서며 반항적으로 살아왔지만, 그 안에 순수함을 간직한 ‘드바이’의 메인 보컬 ‘본하’ 박규원·변희상·정재환·신은총이 출연한다.

◇ ‘팬레터’, 12월5일 ~ 내년 2월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930년대 문인들의 러브레터가 올겨울 초호화 캐스팅과 함께 10년의 역사를 쓴다. 2018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만에 진출한 작품으로, 일본과 중국 대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쓴 바 있다. 다섯번째 시즌을 맞은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를 이끈 김유정과 이상 등의 일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팩션 뮤지컬이다.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천재 소설가 김해진(에녹·김종구·김경수·이규형)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문성일·윤소호·김리현·원태민), 그의 뮤즈이자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소정화·김히어라·강혜인·김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이 밖에도 ‘이윤’ 역 박정표·정민·이형훈·김지철, ‘이태준’ 역 이한밀·김승용·김지욱, ‘김수남’ 역 이승현·손유동·장민수·김태인, ‘김환’ 역 김보현·송상훈이 출연해 흥행 열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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