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7할, 재주가 3할’이라는 의미로, 모든 일의 성패에서 운이 7할, 노력이 3할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올해 배우 이재인에게 이 말은 딱 맞아떨어졌다. 적절한 작품 선택, 안정적인 연기, 좋은 시기까지 맞물리며 ‘2025년’은 이재인의 해가 됐다.
이재인은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2025년의 포문을 열었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만 같은 쌍둥이 자매 미지(박보영 분), 미래(박보영 분)가 서로의 삶을 바꾸고, 각자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다.
이재인은 두 자매의 아역 시절을 맡아, 외모는 같지만 성격과 취향이 다른 쌍둥이를 연기했다. 10대 시절의 불완전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야 하는 막중한 역할에서 이재인은 호연했다. 특히 성인 시절 박보영과의 싱크로율과 일관적인 감정선은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차기작은 강형철 감독의 영화 ‘하이파이브’였다. 장기기증으로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은 다섯 명이 그 능력을 노리는 세력과 맞서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물이다.
이재인은 심장을 이식받아 괴력을 갖게 된 소녀 완서를 연기했다. 어린 시절 심장병으로 외톨이였던 완서가 친구들을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10대 특유의 발랄함과 엉뚱함으로 펼쳐냈다. 아버지 종민(오정세 분)과의 애틋한 부녀 ‘케미’도 돋보였다.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로 박보영을 스타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이번 작품에선 이재인을 주연으로 발탁하며 ‘미지의 서울’ 박보영과 이어지는 특별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당초 ‘하이파이브’는 주연 유아인의 마약 혐의 재판으로 몇 년간 개봉이 연기되며 비운의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결국 ‘미지의 서울’과 동시 공개되며 이재인에게는 전화위복의 ‘겹경사’로 작용했다.
연말에는 영화 ‘콘크리트 마켓’으로 관객과 또 한번 만난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황궁마켓이 자리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이야기다.

이재인은 황궁마켓에 등장한 이방인 최희로를 연기했다. 비상한 두뇌를 가진 희로는 황궁마켓을 뒤흔드는 경제 전략으로 박상용 회장(정만식 분)을 위협하는 존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친구 세정(최정운 분)에 대한 의리를 동시에 보여주는 두뇌 캐릭터다.
특히 극 중 희로는 18세로, 촬영 당시 이재인의 나이도 18세였다. 동갑내기 캐릭터를 연기한 이재인이 “이 나이에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그야말로 ‘찰떡 캐릭터’였다.

사실 ‘콘크리트 마켓’ 역시 한동안 공개가 미뤄졌던 작품이다. 촬영은 4년 전 마쳤지만 시기 조율로 표류하다 이번에 극장판으로 편집해 먼저 선보이고, 추후 OTT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연말에 두 개의 플랫폼으로 대중과 만나며 이재인에게는 완벽한 한 해의 마무리가 됐다.
결국 작품들의 공개가 미뤄지며 불안한 시기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운칠기삼’처럼 작용한 셈이다. 올 한 해를 꽉 채운 이재인은 2026년 역시 화려하게 출발한다. 내년 1월 5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월화드라마 ‘스프링피버’로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또 한 번 행운의 잭팟을 터뜨릴지 기대를 모은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