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빈 3연패냐, 정종진 황제 복귀냐
경륜 최고 무대 ‘그랑프리’ 26~28일 열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경륜 최고의 축제가 다시 열린다. ‘2025 그랑프리 경륜’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광명스피돔에서 펼쳐진다. 선발·우수·특선의 구분은 없다. 오직 상위 119명의 최정예 특선급 선수(일부 우수 상위급)만이 살아남아 왕좌를 두고 겨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두 이름이 있다. ‘절대강자’ 임채빈(25기, SS, 수성)과 ‘황제’ 정종진(20기, SS, 김포)이다. 같은 하늘 아래 두 태양은 없다.
시즌 중반까지 승부의 무게추는 명백히 임채빈 쪽이었다. 올해 두 선수는 8차례 맞붙었고, 임채빈이 6승을 쓸어 담았다. 2월·4월·5월 굵직한 무대에서 연속으로 정종진을 꺾으며 ‘대세’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연습벌레’ 정종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강도를 높인 훈련 끝에 그는 6월 왕중왕전에서 임채빈의 젖히기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승리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남긴 순간이었다.

하반기 흐름은 더욱 인상적이다. 11월 대상 경륜 결승에서 정종진은 팀 후배 김우겸의 선행을 안정적으로 추주하며 임채빈을 완벽히 봉쇄했다. 준결승에서의 아쉬움을 하루 만에 되갚은 완성도 높은 우승이었다. 최근 상대 전적은 2승 3패. 수치보다 경기 내용이 살아났다. 전무후무한 그랑프리 6회 우승을 향한 ‘황제’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그럼에도 ‘한국 경륜 최강’이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임채빈의 몫이다. 올해 성적은 압도적이다. 60회 출전, 1착 58회·2착 2회. 승률 97%, 연대율 100%. 정종진의 승률(87%)과 연대율(100%)도 탁월하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임채빈은 ‘괴물’에 가깝다.

맞대결 내용 역시 의미심장하다. 8차례 중 6번이나 정종진이 앞자리를 잡았음에도, 그중 5번을 임채빈이 뒤집었다. 지난해 그랑프리에서도 김포팀의 짜임새 있는 연대를 정종진이 활용하려 했지만, 임채빈은 타이밍을 읽고 기습 공격으로 우승을 가져갔다. 2023년 역시 같은 장면의 반복이었다.
전술의 다양성은 정종진, 큰 무대의 승부 감각은 임채빈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번 그랑프리 결승의 핵심 변수는 ‘동반자’다. 임채빈의 수성팀에서는 류재열, 김옥철, 정해민, 석혜윤, 손제용 등이, 정종진의 김포팀에서는 김우겸, 공태민, 박건수 등이 결승 진출 후보로 거론된다. 중립 성향의 황승호도 빼놓을 수 없다.

양측의 팀 전력이 비슷하게 결승에 오른다면, 두 선수는 또다시 초주 줄서기부터 정면승부 혹은 기습이라는 선택지 앞에 선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로의 머릿속에 이미 그려져 있다. 오히려 다른 팀 선수들이 대거 결승에 합류할수록 난타전 가능성은 커진다. 충청권 양승원, 동서울팀 정하늘, 신은섭, 창원의 성낙송 등이 얽히면 판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정종진의 하반기 반등으로 임채빈의 그랑프리 3연패를 장담할 수는 없다”며 “두 선수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다. 결국 결승 당일 누가 긴장감을 이겨내고 담대하게 경기를 풀어가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