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세, 스포츠서울 ‘올해의 선수’ 수상

부상인 1200만원 상당 침대, 김지환 통역에게 선물

폰세 “1년 내내 고마웠고, 너는 이제 나의 형제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나의 형제 (김)지환에게…”

마운드를 지배했던 외국인 에이스의 마지막 공은, 승리가 아닌 사람을 위해 던져졌다. 올시즌 한화를 19년 만의 한국시리즈(KS)로 이끈 주역 코디 폰세(31)는 지난 4일 서울 영등포 CGV에서 열린 ‘2025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다. 상금 1000만원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것은 시몬스의 멀티 브랜드 N32 모션베드(약 1200만원 상당)였다.

그리고 그 침대는 폰세의 집이 아닌 1년간 손발이 돼준 김지환 통역에게 전해졌다. 김지환 통역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폰세에게 부상으로 받은 침대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가 써. 선물이야’라고 했다”고 밝혔다.

통역과 선수. 흔히 계약이 끝나면 각자의 길로 흩어지는 관계다. 그러나 폰세에게 김지환은 ‘통역’이 아니라 ‘형제’였다. 마운드 밖 24시간, 폰세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

2025시즌, 김 통역의 휴대전화는 쉴 틈이 없었다.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차례로 선발 등판하는 일정 속에서 등판 준비, 경기 중 마운드 방문, 경기 후 피드백, 수훈선수 인터뷰까지 일주일에 이틀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여기에 생활까지 더해졌다. 집수리, 음식 배달, 병원 진료, 그리고 아내 엠마 폰세의 출산 과정까지. 그는 “쉬는 날도 꼭 구장에 나와서 훈련했기 때문에 솔직히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함께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그 시간은 결국, 침대 한 대보다 훨씬 큰 신뢰로 돌아왔다. 폰세는 출국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마운드 방문, 인터뷰, 아기 일정, 그리고 모든 햄버거 주문까지. 김지환 통역은 단순한 통역가가 아니라 나에게 형제였다. 이번 시즌의 모든 일은 그 덕분에 가능했다”고 남겼다.

아내 엠마도 진심을 보탰다. 엠마는 “우리 아기가 병원에 다닐 때부터 태어나는 순간까지 함께해 준 가족 같은 사람이다. 비시즌 동안 항상 편안한 잠자리가 되길 바랐다”며 응원했다.

김 통역은 “자신들이 없으니 앞으로 꿀잠을 자라면서 정말 통 크게 부상으로 받은 침대를 선물해주더라. 고마운 마음에 잘 쓰겠다고 했다. 절대 팔지 않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폰세는 올해 29경기에 등판해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 252삼진을 기록했다. 투수 4관왕과 페넌트레이스 MVP, 그리고 연말 시상식 대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토론토와 3년 3000만달러(한화 약 441억원) 계약하며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남기고 간 가장 값비싼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였다. 한화의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뒤에는 폰세-와이스 원투펀치가 있었고, 그 뒤에는 늘 묵묵히 곁을 지킨 통역이 있었다. 폰세와 와이스에게 김지환은 단순한 통역이 아니다. 그는 가족이었고, 동료였고, 시즌의 일부였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