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질문 입력 1초면 답이 나오는데 굳이 읽어야 하나요?”
AI가 요약부터 창작까지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시대. 편리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인간 뇌의 ‘퇴화’를 경고하는 도발적인 다큐멘터리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EBS는 오는 20일과 27일, 특별기획 ‘다시, 읽기로’를 통해 AI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읽기’의 본질과 그 치명적인 대가를 조명한다. 대한민국에 ‘문해력 열풍’을 일으켰던 ‘당신의 문해력’, ‘책맹인류’ 제작진이 이번에는 “읽지 않는 인류에게 AI는 도구가 아니라 재앙”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AI 의존도가 인간의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이다. 방송에서는 MIT의 뇌파 실험 결과를 공개하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글을 쓴 참가자의 83%가 과제 종료 불과 1분 만에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단 한 문장도 기억하지 못했다.
AI를 사용할 때 우리 뇌의 사고와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의 연결성이 끊어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쓰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는 뇌의 법칙이 AI 시대에 더욱 가혹하게 적용됨을 시사한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세계적인 뇌과학 권위자 스타니슬라스 드앤(Stanislas Dehaene) 교수가 출연해 힘을 보탠다. 그는 “AI와 숏폼이 인간의 주의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뇌를 지키는 유일한 해법은 ‘깊이 읽기’뿐”이라고 단언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깊이 읽고, 쓰고, 토론하는 능력만이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의 역설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1부 ‘읽기 도파민’ 편에서는 알고리즘이 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거부하고 활자가 주는 ‘능동적 도파민’을 찾아 나선 청년들을 조명한다.
일명 ‘텍스트 힙(Text Hip, 독서를 멋진 소비로 여기는 문화)’ 열풍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3,500여 명이 10시간 넘게 릴레이로 시를 낭독하고, 1만 명의 인파가 군산 북페어에 몰리는 현상은 독서가 더 이상 지루한 공부가 아닌 ‘힙한 놀이’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EBS 특별기획 ‘다시, 읽기로’는 오는 20일(1부: 읽기 도파민)과 27일(2부: AI 시대, 읽기의 반격) 오후 3시 EBS 1TV에서 방송된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