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누군가의 전 재산을 책임지는 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한국 외식업계는 지금 자영업자의 지옥입니다.”

자산 1500억 원을 일군 ‘강남역 요식업계의 전설’ 박재우 대표가 예비 창업자들을 향해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성공한 사업가라면 으레 확장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단호히 거부하는 그의 소신에 베테랑 방송인 서장훈마저 존경을 표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30년 차 외식 사업가 박재우가 출연해 자신의 성공 비결과 경영 철학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1997년 파스타 가게로 시작해 전성기 시절 24개 매장을 운영했던 그는,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월 순이익 8천만 원을 기록하며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재우의 남다른 성공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그의 아내는 “사업이 너무 잘 돼 현금다발을 들고 다니는 게 무서워 검정 비닐봉지에 위장해 다녔다”고 회상했고, 그가 당대 톱스타 심은하의 집주인이었다는 사실도 공개돼 놀라움을 안겼다.

하지만 1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산은 요행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 잘 팔리는 맛을 찾아야 한다”는 철칙 아래 매달 19종의 잡지를 구독하며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또한 직원들에게 매달 순이익의 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며 ‘사람’을 챙기는 경영을 이어왔다. 이에 MC 서장훈은 “1500억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졌겠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감탄했다.

특히 박재우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가맹점주들이 투자하는 2~3억 원은 그들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타인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며 가맹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단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며 냉정한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꼭 해야겠다면 철저한 상권 분석과 현장 경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방송 말미 그는 “내 연락처가 매장에 있으니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달라”며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재능 기부를 자처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현재 그는 아들과 함께 수제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며, 맥주 찌꺼기를 지역 농가에 비료로 기부하는 등 상생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