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KT에 우승 DNA 전할까

LG를 강팀으로 만든 선수

특유의 리더십이 뛰어나다

김현수 “늘 해왔던 것처럼”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김현수(37)는 늘 팀의 중심에 서 있던 선수다. 타격 성적만으로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그가 있는 팀은 확실한 방향성이 생겼고,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만큼 김현수는 무게감이 있는 선수다. 이제 그 역할을 KT에서 맡는다. LG에서 증명했던 ‘우승 전력의 중심축’ 역할을 다시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는 오랜 시간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많았지만, 중심을 잡아줄 존재가 없었다. 이 탓에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동안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김현수 합류 이후 팀 분위기는 분명히 달라졌다. 선수들을 향한 김현수의 잔소리와 요구가 쌓이며 팀은 단단해졌다.

LG 염경엽 감독도 이를 잘 안다. 그는 “김현수가 팀 체질을 바꿔줬다. 감독으로서 큰 힘이 된 선수다. KT에 가서도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김현수의 가치는 기록 이상의 것이었다.

후배들의 증언도 같다. 투수 김영우는 “(김)현수 선배 조언이 없었다면 올시즌 내 성적도 없었다”고 했다. 구본혁 역시 “무서울 정도로 엄격하지만, 결국 다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고 돌아봤다. 팀이 왜 김현수를 중심으로 움직였는지 설명이 필요 없는 대목이다.

기량 역시 여전히 훌륭하다. LG에서 8시즌 동안 1090경기를 뛰며 타율 0.306, 119홈런 751타점, OPS 0.838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도 타율 0.298, OPS 0.806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해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망이를 휘둘렀고, 통합우승의 주역이 됐다. 한국시리즈 MVP다.

KT가 김현수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1년 통합우승 이후 다시 정상에 오르지 못한 KT다. 팀을 끌어올려 줄 중심축이 필요했다. 스토브리그 개장 전부터 KT 이강철 감독이 구단에 “김현수를 잡아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김현수는 부담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피하지도 않았다. 그는 “기대가 부담되긴 하지만, 부담을 느낄 나이는 아니다. 팀 성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늘 해왔던 것처럼 솔선수범하겠다. 먼저 선수들을 만나고, 팀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LG 김현수는 이미 증명됐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KT 김현수는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김현수가 다시 한번 ‘우승 청부사’라는 이름값을 증명할지, KT의 2026시즌이 그 답이 나온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