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속 ‘가성비’와 ‘가심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국산 브랜드 재조명
- 2대 주주 지분 전량 매수한 다이소, “완전한 한국 토종 국민 가게”
- FILA·MCM은 본사 인수, MLB·디스커버리는 ‘K-기획력’ 입힌 라이선스 대박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고물가와 경제 위기 속 소비 트렌드가 ‘가성비’와 ‘가심비’로 양극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승승장구하는 브랜드 상당수가 ‘외국계’로 오해받는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과거의 ‘신토불이’ 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글로벌 이미지를 입었지만, 실상은 한국 기업의 자본으로 인수했거나 한국의 기획력으로 재탄생시킨 경우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반전 국적’을 쓴 브랜드들을 살펴봤다.
◇ “일본 기업 꼬리표 뗐다”…지분 100% 인수로 ‘국민 가게’ 된 다이소

‘가성비’ 소비의 최전선에 있는 ‘아성다이소’는 최근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 10년 넘게 ‘1000원 숍’의 정체성을 지키며 성장했지만, 2대 주주인 일본 다이소산교의 지분 탓에 오해를 받아왔던 터다.
반전은 지난 2023년 일어났다. 모기업 아성HMP가 일본 측 지분 34.21%를 전량 매수하며 22년 만에 연결고리를 끊어낸 것. 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아성산업을 모태로 한 다이소는 명실상부한 ‘한국 토종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5000원짜리 고품질 화장품으로 품귀 현상까지 일으키며 고물가 시대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입양해 키웠더니 효자”… 해외 본사 집어삼킨 ‘K-경영’


해외에서 탄생했지만, 한국 기업이 본사를 통째로 인수해 ‘K-브랜드’로 국적을 바꾼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휠라(FILA)’와 ‘MCM’이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하지만 2007년, 휠라코리아의 윤윤수 회장이 당시 경영난을 겪던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리며 전 세계 스포츠 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재 휠라는 한국 경영진의 주도하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MCM’ 역시 태생은 1976년 독일 뮌헨이다. 하지만 2005년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이 독일 본사를 인수하면서 한국 브랜드가 됐다. 이들은 한국 특유의 트렌디한 감각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더해, 낡아가던 브랜드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름 빌려와 대박…한국 기획력의 승리 ‘K-라이선스’


해외 브랜드 로고에 한국의 기획력을 입힌 ‘라이선스 브랜드’의 약진도 눈부시다. 의류와 상품은 한국 기업이 직접 기획·디자인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F&F의 ‘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각 브랜드의 헤리티지만 가져와 패션 브랜드로 재해석해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MLB는 역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K-패션’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이 밖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 ‘만다리나덕’, ‘루이까또즈’ 등이 국산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편, 1955년 설립된 면도기 명가 ‘도루코’처럼 라이선스나 인수가 아닌 ‘순수 토종’임에도 이국적인 이름 탓에 오해받는 이색 사례도 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국적이 아닌 ‘실력’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소비자 60% 이상은 브랜드 가치가 확실하다면 지갑을 연다. 다이소의 가성비든, 휠라의 가심비든 공통점은 적정 가격에 최상의 품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실력으로 무장한 ‘K-브랜드’의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됐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