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라이선스를 빌려온 것이 아니다. 태생부터 한국 기업이지만, 세련된 브랜딩과 글로벌 감각을 입혀 ‘국적 없는’ 이미지를 구축해 성공한 토종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무국적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최근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필수 쇼핑 코스’로 꼽히는 패션·뷰티 브랜드들은 이 전략을 가장 과감하게 구사한다. 대표적인 예가 ‘젠틀몬스터’다.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과 영문 위주의 브랜딩, 틸다 스윈튼 등 글로벌 스타와의 협업으로 인해 대다수 소비자는 이를 해외 명품 브랜드로 인지한다. 하지만 이는 김한국 대표가 이끄는 한국 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솜씨다. 자매 브랜드인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제니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한국의 샤넬’ 같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근 한남동과 성수동을 휩쓴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어로 ‘화요일 수요일’을 뜻하는 브랜드명과 파리지앵 감성의 디자인 때문에 프랑스 브랜드로 오해받지만, 국내 디자이너 부부가 론칭한 토종 브랜드다. 이들은 한국을 찾은 일본,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에서 꼭 사야 할 브랜드’로 꼽히며 역수출의 신화를 쓰고 있다.

베이커리 업계의 양대 산맥 ‘파리바게뜨(SPC)’와 ‘뚜레쥬르(CJ푸드빌)’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서구 식문화에 대한 동경을 자극하기 위해 이국적인 네이밍을 차용했다면, 그 전략이 유효타가 되어 역으로 빵의 본고장을 위협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중국, 동남아를 넘어 실제 프랑스 파리까지 진출해 현재 해외 15개국에서 700여 개(2025년 말 기준) 매장을 운영 중이다. 뚜레쥬르 역시 미국 시장에서의 흑자를 발판 삼아 해외 9개국에 580여 개 매장을 내며 ‘K-베이커리’를 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비 주축인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성향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주축 소비층인 ‘잘파세대’가 원산지보다 브랜드의 경험과 무드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기업들도 국산 꼬리표보다 글로벌 세계관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025년 기업가치 3조 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유니콘’에 등극, 국적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만으로 세계 시장을 관통했음을 보여줬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