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규가 보여준 아빠의 힘
올시즌 목표는 1군 안착
이번 캠프가 중요하다
“아내와 딸을 위해”

[스포츠서울 | 수원=박연준 기자]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도 올시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KT 유준규(24)가 예사롭지 않은 ‘독기’를 품었다.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타격 폼 덕분에 ‘포스트 이정후’라는 화려한 별명을 얻었지만, 아직 보여준 게 없다. 1군에서 실질적인 ‘생존’이 절실하다. 최근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가 된 그는 이른바 ‘분유 버프’를 앞세워 1군 안착을 정조준한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로 입단한 그는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시즌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빠른 발과 정교한 콘택트 능력을 지켜본 이강철 감독은 “차기 1번 타자 감”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시즌 결과는 아쉬웠다. 37경기에 나섰으나 타율 0.118에 머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지난해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내내 마음이 걸렸다. 올해는 더 악착같이 준비해 반드시 제 자리를 찾고 싶다”고 전했다.
절실함의 원천은 책임감이다. 지난 11일 백년가약을 맺은 그다. 또 이미 예쁜 딸을 둔 가장이다. 전지훈련 일정 탓에 신혼여행까지 미룬 상황이라 미안함은 더 크다. “내가 올시즌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야구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아내의 배려가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딸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가장의 하루는 눈물겹다. 새벽 5시에 기상해 아내 대신 딸의 분유를 챙기고 집안일을 돕는다. 이후 오전 8시까지 훈련장에 나와 오후 5시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빡빡한 일정 탓에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형형했다.
그는 “몸은 피곤하지만, 아내가 더 고생한다는 걸 알기에 쉴 수 없다. 힘들 때마다 딸아이 사진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 곧 캠프를 떠나면 집을 비워야 하니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해 타격 폼에도 손을 댔다. 화제가 됐던 ‘이정후 타격 폼’을 고집하기보다 실전에서 ‘효율’을 택했다. 손 위치를 몸쪽에서 앞으로 빼고 배트를 살짝 눕히는 수정을 거쳤다. 질 좋은 타구 생산을 위해서다.
그는 “테이크백 동작에서 팔이 몸에 붙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점을 보완했다. 마무리캠프 때 평가전을 해보니 확실히 힘이 실리고 빠른 공 대응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목표는 1군 엔트리 사수다.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차기보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 팀에 필요한 조각이 되겠다는 각오다. “현실적으로 주전을 당장 뺏는 건 쉽지 않다. 대주자든 대타든 맡은 소임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남겨 감독님이 계속 쓰고 싶은 선수가 되는 게 우선이다. 분윳값 벌려면 쉴 틈이 없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21일 새벽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는 출국 직전인 20일까지도 야구장에 나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분유 버프의 무서움은 이미 시작된 듯 보였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