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9월 추락의 기억, ‘차갑게 식었던 방망이’ 다시 달궈야 산다

김태형의 ‘믿음’과 ‘경고’ 사이… “주전 압박감 버리되 경쟁은 엄정히”

롯데 자이언츠의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2026시즌의 명운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그 시선이 머무는 곳은 팀 타선의 미래라 불리는 두 젊은 피, 나승엽(24)과 고승민(26)이다. 이들의 반등을 팀 도약의 절대적 전제 조건으로 꼽은 김 감독의 발언은, 거꾸로 말해 지난 시즌 롯데가 겪은 좌절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롯데의 행보는 전형적인 ‘용두사미’였다. 8월까지 3위를 질주하며 ‘올해는 정말 다르다’는 희망을 사직구장에 심었지만, 9월의 가파른 추락과 함께 가을야구 티켓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뼈아픈 지점은 팀이 가장 절실했던 순간, 믿었던 핵심 타자들이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2024시즌 3할 타자로 군림하며 거인 타선의 새 주인이 될 것 같았던 나승엽과 고승민은 작년 9월 각각 1할대 타율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찬 바람과 함께 식어버린 이들의 방망이는 롯데의 가을을 멈춰 세운 결정적 원인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들에게 ‘믿음’과 ‘경고’를 동시에 보냈다. “기량은 의심하지 않는다”며 기를 살려주면서도, “컨디션 나쁜 선수를 무작정 쓸 수는 없다”는 냉정한 경쟁 원칙을 분명히 했다. 특히 지난 시즌 혜성처럼 나타난 한태양(22)이라는 확실한 ‘플랜 B’를 언급한 것은 나승엽과 고승민에게 보내는 묵직한 메시지다. 주전 자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압박감을 뚫고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김태형식 무한 경쟁’의 선포인 셈이다.

나승엽과 고승민에게 2025년은 성장을 위한 ‘독약’이자 ‘보약’이었다. 한 시즌의 기복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던 경험은 이제 성숙이라는 이름의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의 계산기에 입력된 변수는 이제 단 하나다. 지난 시즌의 ‘성장통’을 끝낸 두 타자가 다시 선봉장으로 올라서는 것. 과연 2026년 가을, 사직구장을 뜨겁게 달굴 함성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나승엽과 고승민, 이제는 두 선수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