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캠프장에 나타난 홈런볼만 한 공
나무젓가락 같은 배트로 훈련하는 키움
실전 같은 밀어치기 연습
500ml 페트병 스윙하는 이유는?
모든 게 다 이유가 있네

[스포츠서울 | 가오슝=박연준 기자] 과자 ‘홈런볼’ 크기만 한 작은 공이 나무젓가락처럼 얇은 배트 사이를 파고든다. 한 치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타구는 여지없이 빗맞아 굴러가기 일쑤다. 그러나 대만 가오슝의 뙤약볕 아래서 키움 선수들은 이 ‘바늘구멍 통과하기’ 식 훈련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3년 연속 최하위라는 굴욕을 씻기 위해 키움이 선택한 것은 파격적이고도 세밀한 ‘변칙 훈련’이다. 이 외에도 신통방통한 훈련법이 천지다.
키움 선수단이 가오슝 캠프에서 선보인 훈련법은 생소함을 넘어 신선하기까지 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극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티배팅 훈련이다. 과자 홈런볼만 한 공을 일반 배트의 절반도 안 되는 나무젓가락같이 얇은 배트로 타격한다.


현장에서 만난 설종진 감독은 “이 훈련의 핵심은 정확성이다. 공이 작고 배트가 얇으니 찰나의 순간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정타를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빠른 템포로 몰아치는 ‘속사포 티배팅’이 이어진다. 배트 스피드와 집중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이다. 이 훈련의 강도를 증명하듯 포수 김건희의 손바닥은 까진 곳이 많았다. 반복된 훈련이 남긴 영광의 상처(?)다.
그라운드 안쪽에서는 기본 타격 연습이 한창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특별한 점이 눈에 띄었다. 기계볼 치는 방법이다. 보통 리듬과 밸런스를 잡기 위한 밀어치기 훈련은 느린 기계 볼을 활용하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키움의 배팅 케이지는 실전과 다름없는 빠른 공으로 세팅되어 있다.
설 감독은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느린 공을 쳤지만, 지금은 실전에 맞춰 빠른 바깥쪽 공 치는 연습을 한다. 또 선수들이 바깥쪽 공을 밀어칠 때 히팅 포인트를 너무 뒤에 두는 경향이 있는데, 몸쪽이나 바깥쪽이나 동일한 타이밍의 히팅 존에서 타격해야 한다. 그런 실전 감각을 몸에 새기기 위해 강속구 세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곽 배팅장에서는 ‘중량 배트’를 활용한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집중한다. 일반 배트보다 훨씬 무거운 배트로 정면 티배팅을 소화한다. 이는 본훈련에서 일반 배트를 잡았을 때 스윙 궤적이 훨씬 가볍고 날카롭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훈련법이다.
해진 뒤에도 키움의 훈련은 멈추지 않는다. 야간 훈련장에서는 선수들이 배트 대신 물이 절반쯤 담긴 500ml 페트병을 들고 스윙 연습에 매진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독특한 훈련법의 설계자는 김태완 타격코치다.
그는 페트병 스윙이 손목 스냅과 배트 헤드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물이 든 페트병을 끌고 나오다 임팩트 순간에 멈추면, 반쯤 차 있는 물이 출렁이며 앞쪽으로 확 쏠리게 된다. 그 반동이 위로 팍 튕겨 오르는 느낌을 받아야 제대로 된 스냅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상세히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어린 선수가 배트를 끝까지 끌고 나오지 못하고 앞에서만 스윙을 끊는 오류를 범한다. 페트병 안의 물이 튕기는 타이밍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함으로써, 배트가 나오는 길과 임팩트 타이밍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과학적인 접근이다.
이처럼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도 훈련 도구로 승화시키며 세분화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최하위 탈출은 결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키움은 이 ‘신통방통’한 훈련법들을 통해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낭만, 또 과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지독한 연습량이 결합한 키움의 2026시즌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