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완장의 무게를 견뎌라.’
9개 구단이 지난 시즌과 같은 주장으로 2026시즌을 맞는다. 변화보다는 안정에 힘이 실렸다.
키움은 송성문(30·샌디에이고)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새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저마다 가슴에 선명한 ‘C(Captain·주장)’자를 새기고 남다른 책임감으로 무장했다.
올가을 영광의 승전고를 울릴 캡틴은 누구일까.

◇LG 박해민(36) : 2025~2026시즌
지난해 한국시리즈 운명의 4차전. 박해민이 한화에 0-1로 끌려가던 5회 초 병살타를 쳤다. 9회 초 타선이 폭발하며 팀을 살렸다. 경기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동료들의 놀림감이 됐다. 그랬던 ‘울보 주장’이 4년 65억 원의 대박 계약을 따내며 돌아왔다. LG 최초로 2시즌 연속 ‘우승 주장’ 영예에 도전한다.

◇한화 채은성(36) : 2024~2026시즌
진통제도 듣지 않는 발가락 통증. 채은성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고통을 참고 출전했다. 한화가 1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주장이 빠질 수 없었다. 시즌을 마치고서야 수술했다. “나도 가을야구는 처음이었다.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 정말 잘했다”고 위로했다. 값진 경험을 얻었다. 건강한 발로 다시 뛴다.

◇SSG 김광현(38) : 2025~2026시즌
SSG(SK 포함) 구단 첫 선발투수 주장. 투수가 완장을 차는 것도 드문 일인데 5일마다 등판하는 선발이 큰 임무를 맡았다. 프랜차이즈 슈퍼스타 김광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삼성에 업셋당하며 짧은 가을을 맛봤지만, 개막 전 예상을 비웃고 팀을 3위로 이끌었다. 그의 승리욕이 더 끓어오를 한 해다.

◇삼성 구자욱(33) : 2024~2026시즌
최형우 형과 다시 함께하는 꿈이 정말로 이뤄졌다. 지난 시즌 뒤 구자욱이 혹시나 하고 구단에 잡아 달라고 요청했었다. 삼성은 지난 2년간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지만 젊은 사자들의 포효는 대단했다. ‘푸른 피의 캡틴’으로 성장한 구자욱을 여전히 ‘아기’로 보는 형과 함께 12년 만의 대권 탈환을 노린다.

◇NC 박민우(33) : 2025~2026시즌
박민우가 ‘호부지’의 눈물을 처음 봤다.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앞두고 초보 감독 이호준이 흐느껴 울었다. 온몸으로 버틴 선수들을 향한 감사였다. NC는 구조물 낙하 사고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막판 9연승으로 5강 기적을 쐈다. 14년을 함께한, 죽이 맞는 감독과 주장이 다시 힘을 합쳤다.

◇KT 장성우(37) : 2025~2026시즌
캠프 출발 하루를 앞두고 극적으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대체 불가 KT 포수 장성우 협상이 길어져 팬도 속이 타들어 갔다. FA를 선언하고도 지난해 말 KT 팬 페스티벌에 참석한 그였다. 2020~2024년 5시즌 연속 했던 가을야구를 하필 주장을 맡은 해에 하지 못했다. 명예 회복이 급하다.

◇롯데 전준우(40) : 2024~2026시즌 (2021~2022시즌)
거인 종신 주장? 불혹의 전준우가 구단 최초로 5시즌이나 완장을 찬다. 실력과 경력에서 그와 견줄 만한 주장감이 팀에 없다는 뜻이다. 2024시즌을 달궜던 ‘윤나고황손’(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손호영)은 한 해 만에 식었다. 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암흑기 롯데 캡틴’의 이미지를 지울 때다.

◇KIA 나성범(37) : 2024~2026시즌
지난 시즌 KIA는 ‘절대 1강’이라는 예상 속에 출발했으나 8위로 추락했다. 나성범은 2024년 완장을 달자마자 팀이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3년 연속 햄스트링,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며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이적 첫해인 2022년처럼 전 경기 출장하는 ‘건강한 캡틴’을 벼른다. 그가 살아야 KIA도 산다.

◇두산 양의지(39) : 2025~2026시즌
포수 최초로 두 번째 타격왕에 올랐다. 10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으며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시즌 ‘개인’ 양의지는 빛났으나 ‘주장’ 양의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계약 마지막 해 이승엽 감독이 중도 하차하고 두산도 9위로 떨어졌다. ‘허슬두’ 부활을 위해 후배들을 더 귀찮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키움 임지열(31) : 2026~2026시즌
임지열은 서른한 살로 주장 중 가장 젊다. 큰물로 떠난 송성문에 이어 중책을 맡았다. 키움 주장은 대박의 보증수표다. 2021시즌 최연소 리더가 된 김혜성, 2023시즌 이정후, 2025시즌 송성문 셋 모두 꿈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새 캡틴은 지난 시즌 묵묵히 주전으로 올라섰다. 자신도 팀도 도약할 한 해다.
dhk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