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거목이 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다.”

금융권에서 KB금융그룹은 ‘동계 스포츠의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선수에게 거액의 모델료를 안기며 ‘숟가락’을 얹는 마케팅은 KB의 사전에 없다. 대신 척박한 환경에서 땀 흘리는 유망주를 발굴해 10년, 20년씩 지원하는 ‘뚝심 후원’이 그들의 방식이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KB금융이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이 ‘장기 투자’가 만개(滿開)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 “될성부른 떡잎 알아봤다”…김연아와 시작된 20년 동행

KB금융과 동계 스포츠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하던 고교 1학년 피겨 유망주 김연아 선수를 눈여겨본 KB국민은행은 과감하게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만 해도 피겨스케이팅은 국내에서 철저한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KB의 안목은 적중했다. 김연아는 이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며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썼다. KB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김연아 은퇴 이후 한국 피겨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2015년부터 ‘KB금융 피겨 꿈나무 장학금’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다. 매년 선발된 유망주들에게 훈련비를 지원하며 ‘제2의 김연아’ 찾기에 나선 이 프로그램은 한국 피겨의 젖줄이 됐다.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피겨의 간판스타들은 모두 이 장학금을 받고 자란 ‘KB 키즈’들이다.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차준환 선수를 비롯해,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신지아, 김채연 선수 등이 모두 이 장학금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이들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다투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도약해, KB 로고를 가슴에 달고 밀라노의 빙판을 누빌 예정이다.

◇ 썰매 불모지에 ‘길’을 내다…든든한 버팀목 자처

KB금융의 뚝심은 피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2015년부터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 국가대표팀을 후원해왔다. 당시 한국은 썰매 전용 경기장 하나 없는 불모지였다. 하지만 KB는 “기초 종목이 튼튼해야 스포츠 강국이 된다”는 철학 아래 묵묵히 지원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윤성빈 선수가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일궈냈다. 평창의 열기가 식은 뒤, 많은 기업이 썰매 종목에서 손을 뗐지만 KB는 달랐다. 여전히 메인 스폰서 자리를 지키며 ‘포스트 윤성빈’ 발굴에 힘을 쏟았다.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정승기(스켈레톤) 선수 역시 KB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세계 랭킹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KB금융 양종희 회장은 평소 “진정성 있는 후원이 곧 고객 신뢰로 이어진다”며 스포츠를 통한 ESG 경영을 강조해왔다. 화려한 의전이나 생색내기 대신, 선수들이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KB금융의 ‘뚝심’. 밀라노의 겨울, 그들의 따뜻한 투자가 금빛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socool@sportsseoul.com